한국일보

미국 병원 문화-잉글우드 병원

2016-12-24 (토) 12:00:00 김상준/비영리단체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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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저지 자문위원 글마당

병로생사는 삶의 과정에서 모든 인간이 겪어야 할 일반적 인생사다. 금년 봄 정기 검진에서, 나의 건강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폐에 종양이 생긴 것이다. 많은 검사끝에 뉴저지 잉글우드 병원에 입원하여 종양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3주간 입원한 후 현재 퇴원하여 요양 중이다.

옛말에 병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니 널리 알려 행여 치료 방법을 강구함도 한 방법이라 했다. 비록 내 병상기가 개인의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개인이 겪은 유익한 경험이라 이를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 앞으로 비슷한 병마가 누군가에 닥쳤을 때 작은 도움이라도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는 주말 등산이나 체육관 건강 운동 등 평상시 활동은 크게 불편 없이 해 왔다. 2년 전부터 유독 집 2층이나 30도 정도의 길 언덕을 갑자기 오르려면 숨이 목에 차 힘들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CT촬영을 해보니 폐가 장기간 흡연으로 그 흔적이 여실이 배여 있었다. 폐 전체가 흑색으로 까맣게 변했고 정상은 아니라고 했다.


정기적인 검진 끝에 금년 초 CT 촬영에서 1cm 종양이 발견되었다. 3개월 후 재촬영에서는 3mm가 자라 1.3cm로 커지면서 점점 사태가 심각해 졌다. 내 주치의는 혈소판이 적은 내 신체 조건상 조직검사로 악성여부를 판단 후 수술하는 이중 고초보다 악성 가능성이 많으니 종양 제거 수술을 하자고 권고했다.

70대 후반, 죽음의 공포가 줄어드는 나이 탓인지 큰 두려움이나 마음의 동요는 별로 없었다. 막상 수술 날짜가 잡혀지니, 암 수술이라는 근원적 공포가 몰려왔다. 절박한 상황이 되자 간곡한 기도 끝에 성경을 펴보니 빌립보서 4장 4-7절 말씀이 눈에 확 떠올랐다. 그 말씀이 살아서 내 몸에 파고들어 생생하게 내 마음과 정신을 잡아주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 하였다. 의료진, 주위 친지들의 위안의 말도 마음을 안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말씀을 붙들고 수술실에도 두려움 없이 들어가 3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

어릴 때 앓은 늑막염 자국이 엉킨 때문이라고 했다. 암 종양은 깨끗이 도려냈단다. 약물 치료나 방사능 치료 없이 끝내 너무 기뻐 주위 식구와 친구들과 마음껏 즐거움을 나눴다.

수술후 식욕이나 대소변, 체중 등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중병이 닥쳤을 때 “생사는 하나님에게, 병은 의사에게 전적으로 맡겨라, 환자는 병마가 주는 공포에 짓눌리지 말고 평상심을 가져라 그것만이 환자의 소관이다.” 라고 해주는 주위의 조언이 투병에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3주간 잉글우드 병원에 있으면서 미국 병원문화를 접하고 놀란 바가 많으며 환자에 대한 격의 없는 자세와 소탈한 말투, 질문에 정성껏 일일이 답해주는 의료진의 태도에 미국사회를 다시금 보게 되었다.

간호원의 간병도 철저하여 수시로 드나들며 간병에 소홀함이 없었고 야간에 너더 댓 차례 소변 볼 때에도 매번 부축해 주고 매일 몸을 닦아 주면서도 귀찮은 티 하나 없이 잘 보살펴 주었다.가족이 오히려 할 일이 없어 면회 차원으로 와서 잠깐 있다 가곤 했다.

특히 한인 건강센터도 있는데 통역사가 항상 대기하고 있어 입, 퇴원 시는 물론 의사 진료 때 마다 옆에 임석하거나 전화 3각 통화로 영어가 익숙지 못한 한인에게 통역 편의를 제공해 주었다. 매일 한국인 봉사자가 환자를 방문하여 불편한 점을 묻고 통역 이외의 환자 개인 일반 사도 해결해 주었다.

입원수속부터 퇴원 때까지 미국 병원은 말 그대로 환자들을 위한 의료기관이란 것을 마음속 깊이 느꼈다. 이번에 병원 문화를 접하면서 미국은 사회적 약자인 서민들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살 수 있는 인본주의 사회이고, 살기 좋은 문화선진국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김상준/비영리단체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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