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단체에서는 매일 위기를 겪고 있는 분들을 위해 일을 한다. 병원비를 못 내시는 분들, 마음의 병이 있어, 아파트 렌트 낼 돈이 없어 집주인에게 쫓겨나 집이 없어진 분들, 평생을 빠듯하게 일하셨지만 하루하루 먹고 살아갈 돈이 없는 분들, 가정폭력 혹은 성폭력을 겪으신 분들, 사람들이 자신을 미행하고 밥에 약을 타고 해치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 등 많은 분들이 오신다.
테크 컴퍼니에서 일하는 친구는 내가 하는 일을 듣고 세상을 변화 시키는 뜻 깊고 의미 있는 일을 한다며 부러워했다. 그렇지만 사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보람은 그다지 자주 느껴지지 않는다. 되려 항상 위기상황에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 매일이 전쟁터같기만 하다. 매일매일 듣고 겪는 마음 아픈 이야기들에 무뎌지고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하루종일을 보내고 익숙해진 야근에 집에 돌아와 밥 먹다 다시 생각나 눈물나는 이야기들에 고단하다.
도움이 필요하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내가, 우리 단체가, 우리 사회가 다 감싸고 보듬기에는 턱없이 많기만 하고 일하는 내내 조금이라도 더 도와드리려고 많은 것들과 싸워야 한다. 왜 이렇게 세상에는 나쁜 일들이 많아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게 만들고 상처를 주는 건지. 나 혼자 바꿀 수 있고 고칠 수 있는 일이 아님에 내 잘못이 아닌 줄 알면서도 도와드리지 못하는 게 꼭 나 혼자만의 잘못인 것 같아 외롭기만 하다.
그렇지만 매일매일이 싸움터 같은 비영리단체에서도 떠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건 정말 딱 하나, 항상 강하게 잘 견뎌 주시는 내가 함께 일하는 클라이언트들인 것 같다.
상담이 끝나고 환하게 웃어 주실 때에, 걱정돼서 잠을 못 잤는데 오늘은 집에 가서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실 때에, 죽고 싶다고 말씀하시다가 죽지 않고 전문 카운슬러와 이야기 해보겠다고 하실 때에, 처음에는 큰 상처에 아무 것도 못하시고 계셨는데 이제는 무엇인가 하고 싶다고 본인이 직접 결정을 내려 나에게 말씀해 주실 때에, 모두 다 잘 해결됐다며 안부인사 전해 주실 때에, 떳떳하고 강하게 잘 살아가시는 모습을 볼 때에 나도 함께 배우고 같이 더 나아갈 수 있다.
항상 듣는 마음 아픈 이야기들이지만 거기에 더욱 꿋꿋하게 견디고 살아가 주시는 우리 클라이언트들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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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