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KPA 가족의 밤

2016-11-25 (금) 03:51:23 임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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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은 KPA가족들과 후원자들이 일년에 한번 다함께 모여 저녁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날이었다. 올해로 14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연중행사는 예년과 달리 우리 단체의 OPUS 가을정기 연주회와 함께하여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OPUS는 경쟁적인 실력 우선으로 선발하기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음악을 사랑하며 자라주면 좋겠다는 엄마 마음으로 고집해 온 청소년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여서, 여러면에서 유수의 음악단체들과 비교할 순 없지만, 올해 7년차에 들어서면서는 그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열성적인 지휘자님과 열심히 준비한 아이들이 공연 직전까지 구석에서 연습을 하며 긴장된 모습으로 잘 해보자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었고, 엄마 같은 단장님도 긴장하는 아이들을 다독이느라 분주해 보였다.


그러나 막상 무대에 오르자 의젓하게 서서 부모님들을 위해 한국노래를 아름답게 불러주고, 지휘자 없이 앙상블 팀별로 온전히 자기들끼리 만든 무대를 보여주는 우리 학생들은 실력이 많이 향상되어 있기도 했지만 그 모습들이 참으로 예뻐보였다. 또한 학생들의 연주가 끝나고 300명이 넘는 우리 KPA가족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을 때의 느낌에는 여느 콩쿨이나 큰 공연에서 받는 것과는 또 다른 포근함이 있었다.

경쟁이 쏙 빠진, 말 그대로 ‘나눔’의 시간이라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연주가 끝나고, 곧이어 KPA에서 오랜시간 봉사를 하며 자라온 12학년들에게 ‘수고했다’는 시상식이 이어졌고, 저녁식사 후 2부 공연이 이어졌다.

역시 장기자랑의 으뜸은 고사리 같은 킨더학생들의 공연이었고, 이어서 어머니들의 기타연주, 어머니합창단, 칼군무를 자랑하는 학생들의 K-POP댄스와 전통 북춤을 선보이는 우리 아이들 공연까지 하나도 뒤지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디스코 빙고 때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하나가 되어 춤추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모습이 바로 골인지점에 도착하기 위해 다함께 손잡고 뛰어가는 그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늦게 오는 관객들은 연주 사이사이 박수치는 틈에 조용히 입장해 주고, 천방지축일 꼬맹이들까지도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덕분에 우리 행사는 너무나 질서 정연하게 잘 이루어졌고, 행사를 마치고 정해진 시간내에 청소까지 깨끗이 마치고 나니 그곳 담당 직원들의 칭찬이 끊이지를 않았다. 우리는 정말 건강한 한인 커뮤니티임을 자타공인한 밤이었던 것 같았다.

<임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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