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발라드 전곡으로 첫 스튜디오 앨범 발매
▶ “내년 드뷔시 ‘영상’으로 두번째 앨범 녹음…2018년 한국 투어”
쇼팽 음반 발매하는 조성진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도이치그라모폰 첫 스튜디오 레코딩 앨범’ 발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11.16 scape@yna.co.kr
"비틀스와 카라얀이 거쳐 간 곳에서 첫 앨범을 녹음해 설레고 신기했어요.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은 마음껏 노래하듯이, 발라드는 곡 안에 담긴 스토리와 드라마를 살리려고 했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22)이 첫 스튜디오 정규 앨범을 들고 왔다.
오는 25일(한국시간) 발매되는 음반의 제목은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발라드'.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할 당시 결선 연주곡인 피아노협주곡 1번과 쇼팽의 발라드 4곡 전곡을 담았다.
최근 미국 투어 등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전 세계를 돌며 바쁜 연주 일정을 소화해온 그는 16일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열린 앨범 발매 간담회에서 녹음 과정과 근황, 앞으로의 계획 등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번 앨범 수록곡 가운데 피아노협주곡 1번을 지난 6월 영국 런던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발라드는 9월 독일 함부르크의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할레'에서 각각 녹음했다. 협주곡은 이탈리아 출신 지휘자 지안안드레아 노세다가 이끄는 런던심포니와 함께했다.
조성진은 영국 밴드 비틀스와 지휘자 카라얀 등 전설적인 음악가들이 음반 작업을 한 곳에서 자신도 녹음하게 돼 설레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녹음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애비로드 스튜디오에 비틀스와 카라얀 같은 위대한 음악가들의 사진이 붙어있는 걸 보니 설레고 신기하기도 했다"며 "독일에서 녹음한 장소도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가 슈베르트 즉흥곡을 녹음한 곳인데 제일 좋아하는 앨범 중 하나여서 더욱 의미깊었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지난해 10월 쇼팽 콩쿠르 결선에서 피아노협주곡 1번으로 우승한 뒤 1년간 세계 유수의 공연장에서 이 곡을 연주하고 첫 정규 앨범에도 넣었다.
그는 "콩쿠르가 끝나고 피아노협주곡 1번만 50차례 넘게 연주한 것 같다. 그래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처음 연주하는 듯한 신선한 느낌을 살려 연주하려고 했다"며 "한편으로는 50번쯤 공연하고 나서야 조금 이 곡이 편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곡은 50번 정도 연주해봐야 알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조성진은 피아노협주곡 1번은 "마음껏 노래하듯이 연주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 곡이 어떤 면에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마에스트로 노세다가 이탈리아 사람으로 오페라에 능해 그런 부분을 편하게 연주할 수 있게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수줍은 미소의 조성진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도이치 그라모폰 첫 스튜디오 레코딩 앨범’ 발매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1.16 scape@yna.co.kr
발라드 4곡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꾸준히 듣고 연주하면서 녹음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역시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발라드 음반을 들으며 이 곡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그 음반이 내게는 뜻깊으면서 동시에 큰 산처럼 느껴졌다. 이제 스물두 살인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모르겠다"며 미소 지었다.
조성진은 이어 "발라드라는 형식 자체가 쇼팽 이전에는 흔하지 않았다. 쇼팽이 발라드나 스케르초 같은 형식을 발전시켰는데 그래서인지 발라드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들어 있고 그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또 발라드는 스토리, 드라마가 많이 있어서 이런 점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라드를 3일 동안 녹음했다. 처음 이틀간은 하루에 두 곡씩 매일 12시간 이상 연주하고, 마지막 날은 좀 가볍게 정리하는 느낌으로 네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두번 쳤는데 앨범에는 그 연주가 들어갔다고 했다.
조성진은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긴장을 안 한 상태에서 연주하니 더 잘 되더라"며 "다음 앨범을 녹음할 때는 이런 부분을 참고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메르만, 루푸 등 거장 피아니스트들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결선이 작년 10월 18일에 있었는데 내가 맨 처음 연주했다. 연주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가니 지메르만의 이메일이 도착해 있었다"며 "연주가 좋았다고 칭찬해주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축하한다고 해 감동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콩쿠르가 끝난 뒤 일본 도쿄에서 연주회를 할 때도 지메르만이 직접 와서 관람하고 저녁 식사도 함께 했다. 소속사를 정하느라 고민할 때도 '네 직관을 믿으라'고 조언을 해주고 그 뒤에도 종종 연락해서 응원해준다"고 고마워했다.
조성진은 또 "라두 루프도 콩쿠르 기간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와 격려해줘 큰 힘이 됐다. 미하일 플레트뇨프 역시 연락을 주고받으며 응원을 해준다"고 말했다.
연주하는 조성진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2016.11.16 scape@yna.co.kr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내년에는 지금 연주하고 있는 라흐마니노프를 비롯해 모차르트와 드뷔시, 베토벤 등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연 계획도 줄줄이 잡혀 있다. 그 가운데에는 어릴 때부터 꿈꿨던 미국 뉴욕 카네기홀 데뷔 무대도 포함돼 있다.
조성진은 "어릴 때부터 카네기홀에서 리사이틀 하는 게 꿈이었다. 메인홀이 아니라 그보다 작은 홀에서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번에 메인홀에 초청을 받아 놀랐다"고 미소 지었다.
그는 내년에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대략 80차례 공연을 한다.
국내에서는 1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카네기홀과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알반 베르크·슈베르트·쇼팽의 작품을 연주하고, 5월에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모차르트·드뷔시 작품을 들려준다.
조성진은 "콩쿠르 이후 잡은 일정이 많아서 내년에 한국에서는 두 차례 리사이틀만 할 확률이 높다"며 "하지만 2018년에는 한국에서 처음 투어공연을 하게 되지 싶다"고 기대했다.
벌써 다음 앨범도 계획하고 있다. 통영에서 연주하는 드뷔시의 '영상'을 내년 중에 녹음할 예정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브람스의 협주곡 1번이 욕심난다고 했다.
물론 쇼팽의 곡도 꾸준히 더 공부할 계획이다.
조성진은 "쇼팽은 콩쿠르에서 우승하기 전부터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또 내게 좋은 기회를 준 의미깊은 작곡가"라며 "내년에는 지금까지 안 해본 쇼팽의 소나타도 공부하는 등 그의 작품을 앞으로도 많이 연주하고 음반도 녹음하고 싶다"고 밝혔다.
첫 스튜디오 앨범 발매하는 조성진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도이치그라모폰 첫 스튜디오 레코딩 앨범’ 발매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1.16 scap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