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인들이 가족과 함께공연에 와주셔서 기뻤습니다”
오늘(7일) 저녁 샌타바바라 공연을 마지막으로 미국 투어의 대미를 장식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22)과 인터뷰는 짧았지만 즐거웠다.
지난 4일 알리소비에호 소카퍼포밍 아츠센터 공연을 위해 바르샤바 필하모닉 지휘자 야체크 카스프치크와 함께 남가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이뤄진 전화 인터뷰였다.
연일 이어진 콘서트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사려 깊은 태도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 유럽, 한국과는 다른 미국 관객들의 호응, 공연 문화에 살짝 감동한 듯 남가주 콘서트에 기대를 표했다.
다음은 한국인 최초로 2015년제17회 쇼팽 피아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의 일문일답이다.
- 폴란드 바르샤바 필하모닉과의 미국 투어 대장정이 끝나 가는데
▲미국에 온지 2주가 훨씬 넘었다. 연주를 오랫동안 함께 하니까 야체크 카스프치크 지휘자와도 갈수록 호흡이 더 맞는 것 같아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미국 오기 전에는 힘들 줄 알았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괜찮다. (조성진은 닷새 연속으로 연주하는 강행군에 이동거리도 만만치 않다)
- 공연 매니지먼트사 ‘오퍼스3 아티스츠’조차 일정이 빡빡하다고 했다.
▲연주 전에 드레싱룸에서 틈틈히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오른다. 연주복도 매번 같고 무대에 오르면서 앙코르곡을 딱히 정하지도 않는다. 각 도시로 이동할 때는 차나 비행기 안에서 주로 책을 읽는데 요즘은 문학, 철학 등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 편이다.
- 남가주 한인사회에 이미 ‘조성진’ 팬들이 많다.
▲제가 파리에 살고 있는데 미국 관객들은 각기 스타일이 다른 것 같다. 특히 한인들은 가족과 함께 연주회에 오셔서 자랑스럽다고 말해주신다. (조성진은 이날 쇼팽콩쿠르 최종 결선곡으로 우승 후 갈라 콘서트에서 연주한 쇼팽 피아노 콘체르토 1번을 연주회 기립박수를 받았다. 관객들의 끝없는 환호에 대한 답례로 드뷔시의 '달빛'(Claire de Lune)을 선사해 꿈이라도 깨고 싶지 않은 고결한 아름다움으로 객석을 물들였다.)
- 쇼팽콩쿠르 우승 이후 달라진 점은
▲연주자가 꿈이었는데 연주를 하게 되어 너무 기뻤다. 하지만 콩쿠르 이후 소속사, 음반회사 결정 등 많은 선택을 해야 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보다 혼자 결정하는 스타일이어서 순간순간 최선의 판단을 하려고 노력했다. 남이 결정해 주어 잘못되는 것은 안 된다는 생각에 스스로 결정했다.
-유니버설 뮤직의 세계적인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25일 첫 정규 음반이 발매된다.
▲1년 전 열렸던 쇼팽콩쿠르 결선 연주곡 ‘피아노 콘체르토 1번’을 비롯해 쇼팽의 발라드 4곡이 수록됐다. 쇼팽 피아노 콘체르토 녹음은 지난 여름 이탈리아 출신 지휘자 지안안드레아 노세다가 이끄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런던에서 했고, 발라드곡 녹음은 지난 9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했다.
- 꼭 서보고 싶은 무대가 있는지
▲지금으로서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을 하고 싶다. 피아노를 하면서 레퍼터리가 너무 방대해서 사람이 평생동안 공부하고 피아노를 쳐도 인생이 짧을 것 같다고 느꼈다.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피아노를 치고 싶고 특히 무엇을 이뤄야겠다는 것보다 지금처럼 연주를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 미국 투어 이후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으로 돌아가 정규 음반 발매에 앞서 쇼케이스를 한다. 미국에는 매년 올 것 같다. 내년 2월 뉴욕 카네기홀 데뷔 리사이틀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6회 공연이 있다(아직까지 LA 리사이틀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다). 내년에는 드뷔시, 모차르트, 베토벤의 작품을 연주하려고 한다. 연주하고 싶은 작곡가가 너무나 많다.
<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