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예의를 찾습니다”

2016-10-21 (금)
작게 크게
LA 한인타운이 다채롭고 활기찬 주말의 명소로 각광받으면서 도로에서, 식당에서 부딪치는 난폭운전과 흡연, 고성과 막말 등 ‘매너 실종’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예의를 찾습니다” - 캠페인이라도 벌여야할 정도다.

사실 한인타운의 문제만은 아니다. 미국도 사회전체가 상대에 대한 배려나 존중 없이 자기 의견을 원색적으로 드러내는 인터넷문화에 편승하면서, 거추장스러운 매너는 던져버린 무례의 시대로 치닫고 있다. 거리와 쇼핑몰뿐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 직장과 경기장, 항공기안에서도 매너를 잃어버린 무례함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 지는 이미 오래다. 한때 예의범절의 롤모델로 통했던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도 10월7일을 ‘예절의 날’로 정해 존중의 문화를 되찾자면서 경찰에게 특별단속권까지 부여했다.

이번 주 본보가 보도한 한인타운의 매너실종 현상의 일부는 무례를 넘어 위법에 해당한다. 특히 금연법을 무시하는 이기적인 흡연이 그렇다. 일부 한인식당과 술집의 흡연방치는 그 도를 넘어섰다. “금연표시와 옆 테이블의 기침소리는 아랑곳없이 줄담배를 피워대는 고객과 부지런히 재떨이를 갈아주는 업주”에 대해선 본보도 이미 수차례 지적하며 개선을 촉구해 왔다. 그래도 안 되면 남은 것은 신고뿐이다.


난폭운전과 식당에서의 비매너에 대한 대응은 좀 난감하다. 난폭운전은 흡연보다 훨씬 더 위험하지만 보복을 시도하다간 자칫 폭행과 살해 등 더 끔찍한 사건으로 비화시킬 수 있다. ‘도로 위 분노’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무시하고 양보할 것, 난폭운전자 자신은 다른 운전자들이 나를 ‘짐승’으로 경멸하고 피해가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것 - 아직 그 이상의 모범답안은 없다.

매너 중 가장 까다로운 매너는 상대의 매너부족을 지적해주는 매너다. 식당 종업원의 불친절에 항의하다가, 술 취한 고객의 욕설을 저지하다가 내 자신이 더 큰 소동의 장본인이 되기 쉽다. “자신은 실수하지 말되, 타인의 실수는 참아주는 것이 최고의 예의”라는 에라스무스의 명언을 모두가 기억한다면 한인타운의 매너 찾기는 보다 효과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