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nglish for the Soul] Trinity // 트리니티

2016-10-07 (금) 09:23:23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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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g me a worm that can comprehend a man, and then I will show you a man that can comprehend the Triune God.

사람을 이해하는 벌레가 있으면 가져와보라. 그럼, 나도 삼위일체 하나님을 아는 인간을 보여주리라.

친구 바울[Paul]과 나서는 이른 아침 골프 나들이. 오늘 한번 좋은 스코어를 벼르며 임하는 첫 티샷[tee shot]. 새벽 홀로 헤엄기도 중 내내 입가에 머물던 기도를 살짝 들리게 외웁니다. “In the name of the Father, and of the Son, and of the Holy Spirit, Amen.” 평소 삐딱한 성경 신자[a Bible believer] 바울이 빗겨가는 썩소로 한마디. "뜻이나 제대로 알고 하시나?"어쨌든 매일 '트리니티[Trinity]'를 되뇌인다는 내 말에, 딱히 신비로울 것도 없다며 던지는 한마디. 삼위일체 교리는 '예수가 곧 하나님'이시란 걸 알면 끝나는 걸세. 아버지도 하나님, 아들도 하나님, 성령도 하나님. 그러나/ 그럼에도, 아버지는 아들이 아니요, 아들은 성령이 아니며 성령은 아버지가 아니지. 그렇게 따로 계시지만 모두 함께 하나님! 그저 그렇고 그렇다네. 잠깐! 쉬운 듯 한데, 또한 조금 복잡하게 들린다?그래서 감리교의 산파 죤 웨슬리[John Wesley]가 그렇게 말하지 않던가? 어찌 벌레가 사람을 알 수 있으리요? 어찌 사람이 하나님을 알 수 있으랴? We can't know God. 다만 믿을 뿐! We can only believe in Him. 모르니까 믿지. 알면 아는 거지 뭐 따로 믿을 게 있나? '트리니티'도 그렇다네.


Bring me a worm that can comprehend a man, and then I will show you a man that can comprehend the Triune God.

사람을 이해하는 벌레가 있으면 가져와보라. 그럼, 나도 삼위일체 하나님을 아는 인간을 보여주리라.

전반 나인홀을 마치고 후반 시작 10번 홀. 몇 홀 지고 따라오던 친구 바울이 이젠 자기가 성호경(聖號經)을 긋는 몸짓으로 짐짓 거룩하게 라틴어로 외웁니다. In nomine Patris et Filii et Spiritus Sancti, Amen. 이대로 질 순 없다. 따라 잡겠노라. 나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간 비아냥 조의 시니씨즘[cynicism, 냉소]? 지기 싫어하는 그가 'Triune God'[트라이윤 갓, 삼위일체 하나님]을 부른다?10번홀 티박스를 벗어나며 슬쩍 묻습니다. 그런데, 성경 안에 'Trinity'란 말이 나오나? 성경이라면 구석구석 훤하게 박식한 바울이 한마디로 끊습니다. '트리니티'란 말은 없지. 그러나, 아버지/아들/성령이 함께 나오는 구절들은 몇몇 있다네. 우선, 예수님 공생활 시작 때 세례받는 장면 있잖은가. 거기에 아드님 예수가 계시고 하늘에서 기뻐하시는 아버지가 계시고 비둘기 모습으로 강림하시는 성령이 보인다네. 그렇게 '따로 함께'가 바로 'Trinity'아니던가.

웨슬리가 호언장담, 사람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Trinity'를 골프 친구 바울은 제법 꿰고 있네요. 10번홀을 당당히 버디로 이긴 바울이 삼위일체 설교(?)를 계속합니다. 혹자는 '트리니티'를 뭐 물이 기체/액체/고체로 나타난다는 둥, 또는 집에선 아빠 직장에선 교수 교회에선 장로라는 둥 기묘한 '양태론'(樣態論, Modalism)을 거들지만, 다 틀린 말이라네. 셋이 하나요, 하나가 셋이지만, 그 셋은 엄연히 서로 다르기 때문일세.

마지막 18번홀까지 접전 끝에 오늘은 무승부. 서로 "성부(聖父)와 성자(聖子)와 성령(聖靈)의 이름으로" 최선을 다해 겨루었으니 당연한 무승부? 헤어지는 길에 '트리니티'의 결론을 선사하는 바울. "아버지/아들/성령은 서로 다르지만, 동시에 모두 하나님." 이걸로 웨슬리 선생을 만나 사람 아는 벌레를 가져왔노라 할 수 있을까? 집에 돌아와 위키로'Trinity'를 살피니 안성맞춤 그림이 뜨고, 지리산 목사님 역시 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우연적 필연이라! 진리는 늘 하나같음이려니.

Shalom!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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