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retrospect, everything is but grace.
돌이켜보건대, 모든 것이 다만 은총이라.
북가주의 절묘하도록 청명한 가을 새벽 공기. 그 속에 찾은 동네 수영장. 헤엄 기도를 마치고, 따뜻한 온탕에 홀로 앉아, 새벽 둥근달과 별들 아래서 문득 깨닫는 은총! Everything is but grace. 모든 게 오직 은총이라. 알고보면, 깨닫고보면, 돌이켜보면, 그저 모든 게 은총이 아니고 무어랴.
God owes me nothing, but gives me everything. 하나님께서 내게 빚진 건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내게 몽땅 주신다. I deserve nothing, but God gives me everything. 난 아무런 자격도 없다. 그럼에도, 하느님께선 내게 모든 걸 주신다. 황홀한 행복감! 그런 느낌의 감성적 오르가즘.
문득, 금강경 읽어주던 이 아무개 목사 생각이? 돌이켜보니 모든 게 은총이었더라. 그런 제목이던가? 감리교 목사로 글발이 고르고 필력의 내공이 깊은 분. 그간 살아온 내력을 회고하며, '돌아보니[In Retrospect]'모두 은총일 뿐! 이라 정리했던 양서(良書). 어느 가을날, 산호세주립대 도서관에서 우연히 손에 잡혀 오후 한나절 낙엽쌓인 벤치에서 함께 했던 책.
In retrospect, everything is but grace.
돌이켜보니, 모든 것이 오직 은총일 뿐
영어서원(書院) 백운재(白雲齋)에서 영어 ‘단어은행’을 꾸릴 때, 'retrospect'란 어휘를 정리하며 저 스스로를 '돌아본' 적이 있습니다. 남달리 험한 여정을 살아온 바는 아니로되, 나름 '끔찍한' 순간들을 가까스로 모면했던 족적을 반추하니 실로 '다만 은총[but grace]일 뿐!'으로 요약되더군요. 그때 되풀이 뇌이던 말은, "Oh my God! 하나님 맙소사!” Oh my Lord!" 오직 "Thank God!"
1982년 유학생으로 도미. 난생처음 자가용 800불 짜리 Ford Granada. 덜덜거리지만 그래도 앞뒤로 움직이는 게 대견해 여기저기 먼길도 겁없이 몰고 다니던 시절. 그해 여름방학을 맞아 처자식 세 식구를 모시고 미시간에서 동쪽 끝까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외삼촌 댁을 향한 대장정(?).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던 자가용이 갑자기 하얀 거품을 내며 산 중턱에 급정거. 급히 본네트를 열어 끓는 라지에타 뚜껑을 열자 나이아가라 폭포가 역류하듯 뜨겁게 끓는 용액이 바짝 들이댄 내 얼굴로 화들짝 뿜어져 나오는데! ......
어떻게 피했는진 모르되 분명한 건 얼굴엔 물 한방울도 안 묻었더라는 것! 돌이켜보건대[In retrospect], 얼굴 전면 화상에 급기야 두눈이 머는 실명까지도 가능(?)했던 초위기 상황. 과연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던 걸까? 어디 그 뿐이랴. 방학 때마다 미국 땅 구석구석을 텐트치고 캠핑하며 마눌과 두 아들 속 썩인 사건/사고들을 모두 돌이킬라차면, 그야말로 '은총' 아니고선 전혀 설명 불가능!
In retrospect, everything is but grace.
돌이켜보건대, 모든 것이 다만 은총이어라.
영어 단어 'retrospect'는 '뒤로/거꾸로'라는 뜻의 'retro'와 '본다'라는 뜻의'spect'가 합쳐져 '뒤를 돌아본다'는 뜻. 좀더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반추(反芻)하다’ 즉 되새김하듯 옛일을 곰곰히 되씹으며 돌이켜보는 게 ‘in retrospect’.
거꾸로 소급되는 건 'retroactive'라 하고, 두루두루 돌아보며 신중하고 조심스러워 하는 건 'circumspect'. 그렇게 말뿌리 어원을 뒤져 단어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사전 한권을 통채로 구워 삶아 먹는 학습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영어 단어은행,영어서원(書院) 백운재(白雲齋) "Word Bank" 학습방법이 바로 그런 "Elaboration Method," 즉 정밀분석 공부.
영어 단어 'retrospect'를 꼼꼼하게 정리하는 과정에서 용례를 밝히는 지문(地文)으로 쓴 짧은 문장, "돌이켜보니, 모든 것이 다만 은총이라." In retrospect, everything is but grace. 단어 하나로 인생의 지혜도 얻습니다. 돌이켜 지혜를 얻으니, 이 또한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Everything Is Grace! 성녀 소화(小花) 데레사의 전기(傳記) 제목이기도 하죠.
Shalom!
<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