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의 재정비리 근절하려면

2016-08-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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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의 한 대형교회가 재정담당자의 공금횡령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교인수 1,000여명의 한길교회는 교회재정을 관리해온 정모 집사가 지난 2년 간 총 75만 달러를 횡령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를 형사고발했다. 이런 사건이 한번 터지면 교회는 엄청난 진통을 피할 수 없다. 교회들이 재정 투명성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이다.

교회 공금을 둘러싼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목회자나 재정담당자가 공금을 독단적으로 유용하거나 뒤로 빼돌려서 문제가 된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한국에서는 한 유명 교회 목사가 교회 돈을 빼내 도박에 쓴 케이스가 있었는가하면 재정 담당자가 헌금 계수 중 수표가 나오면 양말 속에 감춰 빼돌리다 적발된 케이스도 있었다. LA에서도 공금유용과 관련, 크고 작은 내홍을 겪는 교회들이 있다. 돈 있는 곳에 도둑 들기 마련이다.

교회 재정비리 사건이 자주 터지는 것은 헌금 관리와 관련한 교회 특유의 취약성과 상관이 있다. 한길교회 재정담당자의 경우, 어쩌다 한번 공금을 유용한 것이 아니다. 장장 2년에 걸쳐 수십만 달러를 빼냈는데도 아주 최근까지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평판이 좋았던 그가 어떤 사정으로 공금에 손을 댔다가 발각되지 않으니 횡령을 계속한 것 같다. 지난해 10월 그의 가족이 그의 도박문제를 교회 측에 알렸는데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한다.


교회는 믿음의 형제들이 모인 거룩한 공동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교인들은 헌금을 할뿐 헌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따지지 않는다. 어련히 거룩한 사역들에 잘 쓰일까 하고 믿는다. 교회 내 감사제도가 있어도 같은 교인들끼리의 감사는 대개 형식적이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횡령이 가능한 구도이다.

일단 재정 비리사건이 터지면 교인들이 받는 상처는 대단히 깊다. 내재되어있던 모든 문제들이 표면으로 떠오르면서 교회가 갈등과 분열의 회오리에 휘말린다.

교회 재정비리를 막는 길은 재정관리의 시스템화이다. 공금을 어떤 개인이 혼자 관리하게 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재정관리 팀을 구성하고 자연스럽게 견제와 감시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교인들은 헌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분명하게 따지는 것이 교회를 사랑하는 길이다. 재정이 투명하지 않고는 교회가 교회다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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