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Change-Maker

2016-08-04 (목) 김현숙 뉴스타부동산 부사장
크게 작게
1992년 미국의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 다음날 대학 3학년이었던 난 정치학 강의에서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아내의 이름이 무엇이며 그녀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교수님은 빌 클린턴이란 인물이 대통령이 된 것은 그녀의 노력과 정치력 덕이라며 그녀도 대통령이 될 인물이라고 하셨다.

당시 유교 문화권인 한국에서 여자가 대통령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 후 한국에서도 여자 대통령이 나왔고 이제 온 세계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아내였던 힐러리가 대통령이 될 지 주목 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둘째 날, 빌 클린턴은 찬조 연설에서 힐러리를 최고의 Change Maker 라고 치켜세웠다. 미국의 변화를 바라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미리 알고 준비한 그의 연설은 매우 탁월했다. 부동산 에이전트로 일하는 나는 그 Change Maker라는 단어가 귀에 쏙 들어왔다. 문제만 만들고 여러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Trouble maker 라 한다.


부동산 딜을 하다보면 바이어와 셀러의 의견을 타협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싸움을 부추기는 트러블 메이커 에이전트가 있다.

한편 양측의 의견을 들어주면서 서로의 목적을 이어갈 수 있게 끔 다툼 대신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감안하여 딜을 해 나가는 Peace Maker 에이전트가 있다. 이는 문제를 잘 해결하고 서로 원하는 목적을 달성시켜 성공적으로 딜을 이끄는 Deal Maker 에이전트이다.

부동산 거래에는 반드시 서로의 이익이 충돌한다. 이때 이 이익의 충돌을 그냥 방치하거나 조절하지 못한다면 딜은 이루어지지 않고 서로 패배자가 되어 버린다. 이런 이익의 충돌 한복판에 에이전트들이 있다. 탁월한 에이전트는 셀러와 바이어의 마음을 잘 살펴서 이익 충돌의 판을 부동산 법 테두리 안에서 윈윈으로 변화시켜 양쪽의 만족도를 높이며 에스크로를 성공적으로 종결시킨다.

그럼 Change Maker 에이전트로서 어떤 기량이 필요한가? 우선 부동산 거래에 있어 모든 문제들을 읽어내고 해결할 능력이 갖추어야 한다. 대통령으로서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등 여러 면에 탁월한 식견이 필요하듯이 에이전트는 주택 거래, 융자, 에스크로, 세무, 법적 상식, 학군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지식, 경험, 센스가 필요하다. 실력 있는 에이전트만이 문제를 읽고 그 해결책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둘째, 문제 해결을 뛰어 넘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읽고 그것을 채워주는 역활을 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고객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그려주고 컨설팅해야 한다. 가령 주거 문제만 해결하려는 고객에게 지금 또는 몇년 후 생길 생활의 변화들에 대해 설명하여 그 고객이 미처 보지 못한 필요와 이익을 채우는 것이 Change Maker 에이전트의 역활이다.

한번은 테넌트가 입주하고 있는 집을 파는 리스팅 에이전트로서 딜을 한 적 있다. 테넌트가 나갈 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1달여의 렌트를 더 살게 해달라고 했다. 이 문제로 인해 에스크로를 깰 수 없었기에 바이어 에이전트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상대 에이전트는 바이어의 의향을 묻지 않고 계약서에 있는 대로 에스크로를 깨뜨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애초 계약한 문서대로 하자며 테넌트를 무조건 퇴거시키든지 거래를 깨든지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바이어가 렌트를 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나는 바이어 에이전트를 살살 타이르면서 1달여의 렌트 백을 받은 적이 있다. 만약 그와 같이 법대로 하자, 문서대로 하자고 서로 자기주장만 했다면 딜은 중간에 깨져 셀러 바이어 모두 손해를 보았을 것이다.

이처럼 Change Maker 에이전트는 서로간의 갈등과 이견을 좁히고 조금씩 귀 기울여 변화를 일으키는 Pease Maker에이전트이다. 고객들에게 한층 더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하는 Peace Maker에이전트가 될 것이라 다짐하며 클린턴 대통령의 연설을 관심 있게 들었다.

<김현숙 뉴스타부동산 부사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