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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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주택시장 붕괴 ‘데자뷰’오나

2016-07-28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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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가격 우려

▶ 2007년 상황과 달라 거품론은 ‘기우’ 공급 부족·매물 가뭄이 근본적 원인

잘 나가던 주택시장에 거품 주의보가 내려졌다. 일부 지역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거품이 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됐다. 2007년 주택시장 붕괴 직전과 비슷한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당시 주택가격이 인플레이션보다 빠른 속도로 오르고 오퍼 전쟁’이란 단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사상 유례 없는 과열 양상을 보였다. 지금도 그 당시와‘데자뷰’가 될 정도로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우려가 나올 만도 하다. 리얼터 닷컴이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는 지역의 주택시장 현황을 분석했다

■‘ 괜한 걱정’일 수도
사상 최악의 주택 시장 침체를 겪은 것이 불과 10년 전. 10년 만에 다시 침체 직전의 징후가 보인다고 일부 비관론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택 시장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는 ‘ 기우’라고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얼핏 보면 침체 직전 상황과 비슷한 모습이 많지만 근본적인 원인이다르다는 것. 10년전 주택 시장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갔던 요인들은 느슨한 대출 관행, 지나친 플리핑 열기등 이다. 그러나 지금은 당시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재 가격 거품론이 제기될 정도로 수년간 집값을 끊임없이 끌어 올리고있는 원인은 바로‘ 공급 부족’이다. 주택 시장 회복 원년인 2012년부터‘ 매물 가뭄’ , ‘매물 품귀’ 등의 단어가자주 등장하며 한해도 주택 매물이 속 시원하게 공급된 해가 없었다.

공급이 살아난 수요를 충분히 뒷받침해주지 못한 결과 주택 가격이 수년째 고공 행진을 이어가며 일부지역에서는 급기야 가격 거품론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거품인 듯 아닌 듯
지금이 10년 전 거품 상황과 다른점이 한 가지 더 있다. 당시 집을 사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대출을 통한 내집 장만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꿈도 꿀 수 없은 일이다.

모기지 대출 조건을 완벽히 갖추지 않은 구입자는 주택 구입이 힘들어 진 것이 최근 주택 시장의 현실이다. 크레딧 리포트 상에 소액의 연체기록만 발견돼도 모기지 대출이 거절될 정도로 대출의 벽이 높아져 거품차단벽이 형성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품론이 제기되는 지역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업체 리얼터 닷컴에 따르면 샌호제,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일부 대도시 지역의 주택 가격 급등세가 가라앉지 않을 경우 거품권에 진입하기 직전이다.

이밖에도 가격 상승 속도, 플리핑비율, 소득 대비 주택 가격, 신규 공급 등의 요인과 비교할 때 거품 우려가 높아져가고 있는 지역들이 늘고있다.


■ 거품 우려 도시
◆ 샌호제현재
거품권에 가장 근접한 지역은 가주 샌호제 지역이다. 샌호제의 주택 가격은 주택 시장 회복세가 상당폭 둔화됐던 지난해에도 약 10%가 넘는 두자릿 수 비율로 상승했다.

지난해 나타난 상승폭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것으로 실제 상승폭은 더욱 높다고 볼 수 있다. 샌호제 지역의 2001년 대비 거품 지수는 약 19%로 산출됐다.

그러나 주택가격 정점 대비 거품지수는 -18%로 아직 거품권에 진입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샌호제의 리스팅 중간 가격은 약 98만1,500달러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인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유입된 수요까지 가세돼 샌호세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 2007년 거품 시기와 비교해 다행인 점은 주택구입 형태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구입자중 약 3분의 1이상이 현금을 통한 주택 구입자들이고 고가 주택 구입자들의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상당히 높아져 급격한 가격 폭락 우려는 낮다.

◆ 샌프란시스코
리얼터 닷컴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거품지수(2001년대비)는약 19%로 타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택시장 과열현상이 많이 진정되고 있다는 것이지역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리스팅 중간가격은 약 85만 5,000달러로 여전히 높지만 정점대비 거품지수는 약 -26%로 낮아졌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수년간 주택 시장 과열 현상이 전국에서 가장 극심한 지역으로 손꼽혔다.

첨단 기술업 종사자들의 대거 유입으로 주택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택가격이 치솟고 구입 경쟁이 격화됐다. 그러나 최근 신규 콘도 공급이 조금씩 늘면서 매물 대기 기간이 서서히 연장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오스틴
오스틴 지역은 리스팅 중간 가격은약 40만달러대로 높지 않으면서도 거품권에 근접한 지역에 포함됐다.

2001년 대비 거품지수는 약 17%, 정점 대비 거품 지수는 약 -1%으로 거품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오스틴은 밀레니엄세대 선정 최고도시에 선정될 정도로 젊은층의 유입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전국적인경기 침체가 진행되는 동안 유일하게 침체를 겪지 않았던 지역으로 탄탄한 지역 경제를 바탕으로 주택 시장이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민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곧 조정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솔트레익 시티
한동안 과열 양상을 보여온 솔트 레익 시티의 주택 시장은 올 들어 진정세로 접어들었다.

빠른 속도로 오르던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지난해부터 둔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주택 가격 상승폭은 약 6%로 전국 평균 상승폭인 약 7%보다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솔트레익 시티의 주택 시장이 진정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은 신규 주택 공급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 경계선에서 약 30분 거리의 교외 지역에 최근 신규 주택 건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리얼터 닷컴이 조사한 솔트레익 시티의 거품 지수는 2001년 대비 약 14%이고, 정점 대비로는 약 -20%다. 현재 리스팅 중간 가격은 약 34만 7,200달러 선이다.

◆ 달라스
리얼터 닷컴에 따르면 달라스도 거품권에 근접한 도시로 지목됐다. 정점 대비 거품 지수는 약 -2%로 거품권이라고 봐도 되는 상황. 달라스 역시 오스틴과 마찬가지로 경기 침체 여파 없이 주택 시장이 꾸준히 성장되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해 지역 기간산업인 원유 산업이 침체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약 9%라는 높은 주택 가격 상승세가 유지됐다. 도요타를 비롯, 대기업들이 본사를 댈러스로 이주할 계획으로 알려져 주택 구입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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