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수 심리 강해 두 자릿수 비율 상승 당분간 지속
▶ 일부 전문가, ‘시장 위축 본격화 전 집 팔아 차익 챙겨야 할 때’
주택 공급이 늘어야 치솟는 주택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진단된다. [준 최 객원기자]
주택 거래가 줄고 있다는 발표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3월 중 주택 거래는 최근 수개월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 판매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
최근 모기지 이자율이 갑자기 오르면서 주택 수요에 영향을 미쳤지만 집값은 여전히 요지부동으로 오히려 상승세다. 이자율 급등에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바이어들은 집값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다.
◇ 주택 수요 감소세 뚜렷
오를 때는 빨리 오르고 떨어질 때는 더딘 모기지 이자율이 야속하기만 하다. 매주 가파르게 오르던 이자율이 상승세를 멈췄지만 하락폭은 크지 않다. 4월 말(28일 기준) 30년 고정 이자율은 평균 5.1%로 전주보다 0.01% 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다.
집계 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부 기관에 따르면 시중 모기지 이자율은 5.3%를 넘어선 것으로도 조사됐다. 1년 전과 비교할 때 약 2.16% 포인트나 오른 것으로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 금리 인상 정책이 현재 모기지 이자율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다.
모기지 이자율 급등에 들끓던 주택 수요가 잠잠해지는 현상이 수년 만에 처음으로 나타났다. 주택 시장 전문가들은 그동안 과열된 주택 시장이 조정기로 진입하는 첫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자율 변동에 즉각 반응하는 신규 주택 판매의 경우 3월 8.6%나 감소했는데 4개월래 최저치다. 이자율이 오르면서 주택 구입 능력을 상실한 바이어가 늘고 있기 때문인데 주택 거래 감소 현상은 앞으로 수개월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주택 거래 전망을 보여주는 주택 구입 계약 체결 건수도 감소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3월 주택 구입 계약 체결 건수는 전달보다 약 1.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주택 구입에 나서는 바이어가 줄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국영모기지 보증 기관 패니메이의 마크 페일림 연구원은 “이자율 급등에 관망세로 돌아선 바이어가 늘면서 주택 거래 감소 현상이 향후 수개월간 지속될 것”이라고 경제 전문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 매물 늘기 전 집값 하락 힘들 것
이처럼 주택 수요 감소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렇다면 집값은 과연 언제 떨어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분간 주택 가격은 쉽게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주택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기존 수요가 시장에 나온 매물보다 여전히 많기 때문에 주택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2월 주택 가격은 연간 대비 무려 20%나 폭등했고 올 한 해도 두 자릿수 비율 상승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페일림 연구원은 “매물 대비 주택 매수 심리가 여전히 강해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자율 급등과 이에 따른 수요 위축 현상에 일부 경제 기관은 올해 주택 가격 상승 전망치 낮췄지만 인하폭은 크지 않다. 패니메이는 최근 발표한 ‘월간 경제 및 주택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주택 가격 상승폭을 기존 11.2%에서 10.8%로 소폭 낮췄다. 그러나 조정된 전망치 역시 두 자릿수 비율 상승률로 1987년 이후 연간 주택 가격 상승률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주택 가격 상승세를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급을 늘리는 것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신규 주택 착공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신규 주택 매물이 실제로 주택 시장에 공급되기 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그렇다면 재판매 주택 매물이라도 시원하게 쏟아져 나와야 할 텐데 이는 더욱 실현 불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현재 주택 보유자들은 재융자를 통해 낮은 이자율로 갈아탄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급등한 이자율보다 훨씬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보유 주택을 팔고 높은 이자율로 새집을 장만하려는 보유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일부 전문가는 주택 수요가 더 위축되기 전 집을 처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로이터=사진제공]
◇ 이제 집 팔아야 할 때
뉴포트 비치 소재 채권 투자회사 핌코의 마크 키젤 채권 펀드매니저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오렌지카운티 소재 자신의 집을 조만간 팔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직전에 보유했던 주택을 2006년에 팔고 현재 거주 중인 주택을 2012년에 구입했다. 2006년은 미국 주택 시장이 폭락하기 직전으로 키젤 펀드매니저는 주택 시장 위기가 찾아올 것을 직감하고 재빨리 집을 처분했다.
그리고 주택 가격 하락이 장기간 지루하게 이어지다가 바닥을 보인 2012년에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다시 장만했다. 미국 주택 가격이 고점 대비 30% 폭락한 시점이었다. 이처럼 부동산 투자의 고수인 그가 집을 팔아야 할 시기가 다시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키젤 펀드매니저는 치솟은 주택 가격과 모기지 이자율의 가파른 상승세가 향후 주택 수요를 위축시킬 것으로 지목했다. 이외에도 재산세, 주택 유지비, 각종 유틸리티 비용 상승으로 인해 앞으로 주택 보유로 기대되는 투자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그가 집을 내놓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키젤 펀드매니저는 2006년 뉴포트 비치 소재 주택을 팔면서 “‘닷컴 버블 붕괴’에 버금가는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2012년 현재의 골프코스 인근 주택을 구입하면서 가진 인터뷰에서는 “현재 주택을 임대 중이거나 주택 구입을 계획 중이라면 구입에 나설 때”라며 “바닥에 근접한 미국 주택시장이 곧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도 정확히 예측했다.
키젤 펀드매니저가 당시 약 290만 달러에 구입한 주택은 현재 시세로 약 550만 달러에 달한다. 그는 또 “적절한 타이밍에 주택을 구입해야 높은 수익률이 기대된다”라며 “최근 주택 시장 투자 수익률은 최고 2%로 주택 외의 다른 투자를 통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주택 가격 과대평가로 투자 수익률이 떨어졌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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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