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천루 골목마다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물씬
▶ Tony Awards 받은 극장이 5개 있는 유일한 도시
고급 레스토랑에서부터 포장마차까지 먹거리 천국
남부지역 흑인 유입되며 재즈와 블루스가 꽃피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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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특히 좋아하는 연극 팬이 아니어도 '시카고'라는 유명한 뮤지컬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문화인이란 소릴 듣고 싶어 하는 나였지만 부끄럽게도 시카고 본고장에서 보질 못하고 몇 년 전 그것도 친구 덕분에 서울에서 볼 기회가 있었다.
한국의 배우들 실력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가창력이나 연기력이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많이 발전돼 있어, 그 동안의 잘못된 내 선입견에 미안함을 느꼈다.
도덕과 법이 헌신짝처럼 취급 받고 있는 사람들에겐 자연히 자극적인 기사와 선정성, 스캔들에만 관심이 쏠리게 되는 1920년대의 시카고를 배경으로 돈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한 세계, 더 없이 유혹적이고 매혹적인 어둠의 세계가 무대 위에서 재현된다. 1975년에 처음 나온 작품이지만 언론 플레이와 이로 인한 여론재판 등 요즘 와서도 해결되지 않는 부조리한 면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 바로 이곳이 배경이다.
그래서인지 토니 상(Tony Awards)을 받은 극장이 5개나 있는 미국의 유일한 도시답게 시카고는 연극 도시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다운타운의 극장지구, 브로드웨이 인 시카고는 물론 어느 지역을 가도 찾아볼 수 없는 200여 개가 넘는 소규모 극장 공연이 상영되고 있다.
또한 시카고는 미국 남부에서 시작된 재즈와 블루스가 꽃피운 곳으로 남부 지역의 흑인들이 유입되면서 다양한 흑인 음악가들의 활동 무대가 되었다.
다운타운 곳곳에 블루스, 재즈, 록(Rock), 클래식 등 시카고에는 모든 장르의 라이브 음악 클럽이 있으며 밀레니엄 공원 콘서트, 헤비 메탈 축제인 롤라팔루자(Lollapalooza), 시카고 블루스 축제 등 야외 음악 행사가 자주 열리곤 한다. 밤이 되면 수많은 칵테일 라운지, 스포츠 바, 댄스 클럽이 화려한 도시의 밤을 밝힌다.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보스턴 미술관과 함께 미국 3대 미술관의 하나로 꼽히는 시카고 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 많은 걸작들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프랑스 인상파/후기 인상파 소장품이 유명하다.
반나절 이상을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반도 못 둘러보고 좋아하는 그림 몇 점을 감상할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조르주 쇠라(Georges Pierre Seurat)의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는 시카고 미술관에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마르크 샤갈의 스테인드 글래스로 만든 아메리카 윈도우(America Windows)도 그 자리에 한참을 서있게 만드는 작품이었고 미국의 대표적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작품이 눈에 띄었는데 이런 창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르느와르(Pierre Auguste Renoir)의 대표작 Two Sisters, 두 소녀의 볼과 피부, 뒤의 꽃들과 배경,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미술관을 나오면 밀레니엄 공원(Millenium Park)이 눈에 들어오는데 익살스러운 분수와 콩 모양의 조형물이 재미있게 어우러져 여행객이 끊이질 않는다.
밀레니엄 공원에서 길을 건너면 그 유명한 미시건 거리(Michigan Ave), 일명 ‘유혹의 1마일(Magnificent Mile)이 이어지는데, 대형 명품 백화점을 비롯해 많은 레스토랑과 호텔들이 즐비한 거리를 말하며, 쇼핑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둘러볼 가치가 있는 명품 거리이다.
이번 여행 중 가끔 등장하는 그 유명한 전설의 ‘어머니의 길(Mother Road)’ 66번 도로가 시작되는 곳! 1926년 개통된 2,400mile 길이의 이 도로로 인해 더스트 보울(Dust Bowl)의 난민과 비트족(Beat Generation)이 캘리포니아로 이동할 수 있었고 시카고로부터 로스앤젤레스에 이르기까지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도로가 여기서부터 시작된 셈이다. 66번 꼭짓점에서 이 방향, 저 방향으로 사진을 찍고 다른 여행객도 찍어주며 인사하는 풍경도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다.
내 경우 여행하면서 중요한 것이 먹는 즐거움이다. 시카고는 미국에서 뉴욕, 샌프란시스코와 함께 맛 집과 음식문화로 유명한 3대 도시 중 하나다. 시카고에는 7천여 개의 식당이 있다 하는데 그만큼 음식문화가 발달했다는 얘기, 그 중에서도 시카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피자(Pizza).
시카고 딥 디쉬(Deep Dish) 피자는 말 그대로 기존 피자에 비해 매우 두꺼운 게 특징, 그래서 시카고 인들은 피자 파이라고도 부른다. 넓은 정원에서 바비큐 준비를 하고 기다린다는 누나의 전갈에도 비엔나 소시지와 야채를 넣은 시카고 핫도그를 한입 가득 물고 복잡한 시카고 시내를 운전하며 누나 집으로 향하는 행복감.
정말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은데 우린 왜 그것을 찾으러 한없이 먼 길을 둘러둘러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글∙사진 성기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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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의 사랑
장 금 자
알파고와 사랑을 할거나
하루에도 열 두 번씩 사랑한다 해주겠지
원하는 만큼 돈도 선물도 주겠지
가고 싶은 어디라도 데려다 주겠지
아침저녁 반찬걱정 않해도 되겠지
그런데 알파고
된장찌개 하나 놓고 같이 행복할 수 있을까
연속극 같이 보며 옳다 그르다 떠들 수 있을까
비오면 싱숭해지고 눈오면 가슴 뛰고
꽃지면 눈물짖는 내 변덕스러움에
넌 못 견뎌 소피아(인공 지능녀)에게가버릴지도 몰라
그래도 난 널 잡지 않을거야
말하지 않아도 내 눈빛만으로
날 알 수 없는 너 이기에
내 눈가에 흐르는 것이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르는 너 이기에
가슴 저리는 그리움을 알 수 없는 너 이기에
<
성기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