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사실이나 말을 꼭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그렇다고 여기다’라고 나와 있다. 다시 말해, 믿는다는 건 좋게 되든, 나쁘게 되든 자신이 생각하는 어떤 방향으로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배우에게도 이 믿음이 적용된다. 어떤 배우가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느냐에 따라, 시작도 전에, 보기도 전에 미리 평가를 하니까 말이다.
KBS 2TV ‘동네변호사 조들호(이하 조들호)’의 주인공이 박신양이라고 했을 때도 이런 믿음이 작용했다. ‘아, 정말 볼만하겠구나. 믿을만하겠구나’하고 말이다. 그 믿음이 역시, 지켜졌다. tvN ‘배우학교’에서 연기에 대한 기본과 학생(?)들에 대한 진심으로 좋은 선생님이었던 박신양이 정의를 위해 몸을 불사르는 변호사, 조들호로 돌아왔다.
모든 드라마가 다 그렇겠지만, 특히 드라마 ‘조들호’는 주인공의 역할이 중요하다. 조들호란 인물은 변호사인지, 건달인지, 사기꾼인지 모를 만큼 껄렁껄렁하면서도 가난한 사람, 억울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권력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니라, 권력 ‘따위’로 여기며 몸을 던진다.
돈도 없고, 빽도 없다. 오직 정의라는 것, 법 앞에 모든 사람은 공평하다는 가치만으로 뛰어드는 인물이다. 지적이고 깔끔함, 세련미, 이런 건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도 사건 하나는 기막히게 해결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연기력이다. 평상시엔 껄렁하지만, 사건 앞에서 진지해지고, 그 두 상황 사이를 완벽하게 소화하지 않으면 조들호란 캐릭터는 살지 않는다.
다시 말해, 원맨쇼를 감당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매력이 없으면 드라마는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박신양은 ‘조들호’란 인물에 마치 맞춤옷을 입은 듯하다. 사건 앞에선 어떤 계산도 없이 뛰어들고, 범인과는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든다.
한량 같다가도 진지해지는 그의 모습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자칫 잘못하면 가벼워질 수 있는 캐릭터지만, 그의 깊이 있는 연기력이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그래서, 박신양은 믿고 보는 배우, 믿을 수 있는 배우다. ‘동네 변호사 조들호’의 박신양, 그에 대한 믿음이 시청자를 끄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