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흑인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왼쪽)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관행과 흑인들의 삶의 조건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온 유명 흑인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58)가 민주당 대선 주자 버니 샌더스(74) 상원의원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24일 시카고 트리뷴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리 감독은 오는 27일 민주당 경선이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이날 첫 전파를 탄 샌더스 진영의 라디오 캠페인에 등장해 유권자들에게 "깨어나라"고 당부하면서 샌더스 의원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리 감독은 60초짜리 이 선거광고에서 "미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걸 모두 잘 알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거대자본의 꼭두각시들에게 우리 표를 바쳐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 99%가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대불황의 타격을 받았고, 아직 그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다"고 근본적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샌더스는 기업으로부터 선거자금을 전혀 받지 않기 때문에, 대가를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 뒤 자신의 영화 '똑바로 살아라'(Do the Right Thing·1989)를 상기하며 "샌더스가 백악관에 가게 되면 그는 옳은 일을 할거다"(He will do right thing)라고 기대했다.
이어 "샌더스는 흑인 인권 옹호를 위해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주도한 워싱턴D.C. 평화행진에 참여했고, 시카고에서 흑백 인종 분리 수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그는 소득 평등과 교육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평생을 한결같이 싸워왔다"고 소개했다.
리 감독이 언급한 시카고 시위는 1960년대 초반, 시카고 남부에 흑인 학생 수가 급격히 늘자 당시 교육청장이던 벤저민 윌리스(1953∼1966)가 알루미늄 간이 교실을 짓고 흑인 학생들만 따로 수업을 받도록 한 데 반발해 일어났다.
1963년 시카고 남부에서 흑백 인종 분리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는 버니 샌더스.
샌더스 의원은 1963년 당시 시카고대학 재학생으로 시위에 참여했다 경찰에 강제 연행되기도 했는데 이 장면이 시카고 트리뷴 기자 카메라에 잡혔다.
트리뷴이 최근 자료실에서 이 사진을 찾아 공개하면서 "샌더스 의원이 흑인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일각의 억지 주장을 잠재웠다.
리 감독은 1980년대부터 흑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미국 사회, 흑인의 경험과 정체성 등을 집중 조명한 작품들로 주목받았다.
그는 지난달, 아카데미 시상식을 '백인들만의 잔치'로 비난하면서 불참을 선언해 화제가 됐다.
샌더스는 미국 영부인을 거쳐 국무장관을 지낸 힐러리와의 경쟁에서 뚜렷한 공약을 앞세워 인지도 열세를 극복하고 선전하고 있으나, 흑인 지지율은 힐러리가 앞서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흑인사회와 돈독한 유대관계를 쌓아온 것도 한몫 하고 있다.
최근 실시된 CNN 여론조사 결과, 사우스캐롤라이나 흑인 유권자 표심은 힐러리가 65%, 샌더스가 28%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