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제88회 시상식 열려…‘레버넌트’ 작품·감독·남우주연상 휩쓰나
▶ 배우 부문 후보자 백인 일색…인종 차별 비판 거세게 일어
미국 최대 영화 축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달 28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88회 시상식에서 오스카 트로피의 향배가 드러난다.
최고 영예인 작품상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 '빅쇼트', '마션'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남우주연상 부문에서 '4전5기'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그간 오스카 징크스를 깰지 기대된다.
◇ 작품상 '레버넌트'냐 '빅쇼트'냐
작품상 후보에 오른 8편 중 수상이 유력한 작품은 '레버넌트'와 '마션', '스포트라이트', '빅쇼트'이다.
'레버넌트'와 '마션'은 앞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각각 드라마와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거머쥐며 오스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두 영화 중 '레버넌트'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을 받아서 한발 앞섰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알렉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이 지난해 '버드맨'(2014)으로 작품상을 받은 바 있어 2년 연속 수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트라이트'는 미국 LA비평가협회 작품상, 미국배우조합 영화부문 최고상인 베스트 앙상블 캐스트를 받아 작품상 수상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LA비평가협회는 비평가적 입장에서, 배우조합상은 배우 입장에서 최고상을 선정하는 경향 탓에 아카데미 작품상과 관련성이 다소 떨어진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월가의 괴짜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빅쇼트'가 미국제작자조합상 작품상을 받아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미국제작자조합 회원 7천명 중 대다수가 아카데미상 투표자이기 때문에 미국제작자조합상은 오스카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최근 8년간 미국제작자조합 작품상을 받은 영화가 역시 오스카도 챙겼다.
'빅쇼트'가 자국 금융산업의 추악한 현실을 가감 없이 그려낸 만큼 투표권을 가진 미국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호소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감독상은 '레버넌트'의 알렉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이 유력하다. 골든 글로브, 미국감독조합상, 영국 아카데미 등에서 감독상을 휩쓸었다.
특히 67차례 미국감독조합상 시상식에서 이 상 수상자가 오스카를 받지 못한 경우는 7차례에 불과할 정도다.
이냐리투 감독이 2년 연속 오스카를 거머쥐면 아카데미 역사상 두 번째 2년 연속 수상자가 된다.
앞서 서부극의 전설인 존 포드 감독이 '분노의 포도'(1940)와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1941)로 연거푸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바 있다.
◇ 디카프리오 이번에는 오스카 남우주연상 받나
남녀 주연배우 부문에서는 의견이 하나로 모이고 있다.
관심의 초점인 남우주연상에서는 '레버넌트'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받는 것이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그는 시카고 비평가협회상, 골든 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미국배우조합상, 영국 아카데미 등 상이라는 상을 다 쓸어담고 있다.
디캐프리오는 그동안 아카데미에서 '길버트 그레이프'(1993)로 조연상 후보에, '에비에이터'(2004), '블러드 다이아몬드'(2006),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로 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4번 모두 수상에 실패했다.
'레버넌트'에서 아들을 죽인 동료에게 복수하고자 혹독한 대자연에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연기를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
디캐프리오의 5번째 도전을 무산시킬 경쟁자로는 '대니쉬 걸'의 에디 레드메인, '스티브 잡스'의 마이클 패스벤더가 꼽힌다.
특히 최초의 성전환자인 덴마크의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 역을 맡아 파격적인 연기를 보여준 에디 레드메인이 2년 연속 오스카를 받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에디 레드메인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에서 스티븐 호킹 박사 역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여우주연상도 남우주연상과 같이 '일극' 체제다. 정점에는 '룸'의 브리 라슨이 서 있다.
브리 라슨은 디캐프리오처럼 시카고 비평가협회상, 골든 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미국배우조합상, 영국 아카데미 등 주요 시상식을 휩쓸었다.
그는 '룸'에서 17살 때 한 남자에게 납치돼 가로세로 3.5m 남짓의 작은 방에서 아들을 낳고 키우다 탈출한 '조이'를 연기했다.
브리 라슨의 유력한 경쟁자는 공교롭게도 또 다른 '조이'다.
발명가이자 사업가인 조이 망가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조이'에서 조이를 연기한 제니퍼 로런스가 수상의 가시권 안에 있다. 제니퍼 로런스는 골든 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에비에이터'(2004), '블루 재스민'(2013)으로 여우조연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는 케이트 블란쳇이 '캐롤'에서 또 연기의 진수를 보여줘 여우주연상 부문에서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 인종차별 논란 이어져…흑인 인사 보이콧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카데미는 인종차별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논란이 더 확산되는 추세다.
2년 연속 남여 주연과 조연상에 전부 백인이 후보로 오름에 따라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의 이드리스 엘바, '크리드'의 마이클 B. 조던, '컨커션'의 윌 스미스, '헤이트풀 8'의 새뮤얼 잭슨 등 좋은 연기를 선보인 흑인 배우들이 후보자 명단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소셜미디어에서는 '오스카는 너무 백인 중심적'(OscarSoWhite)란 해시태그 달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흑인 감독과 배우들은 아카데미의 이 같은 처사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시상식 불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사실 그간 아카데미 수상자 명단을 보면 아카데미가 유색인종에 인색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87회에나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흑인 배우는 4명에 불과하다.
할리우드에서 흑인 배우 장벽을 허문 것으로 평가받는 시드니 포이티어가 1964년에 '들백합'(1963)으로 처음 받았고, 그로부터 38년이 지난 2002년에 덴젤 워싱턴이 '트레이닝 데이'(2001)로 받았다.
이후 2005년 제이미 폭스('레이'), 2007년 포레스트 휘태커('라스트 킹')이 보이지 않은 차별의 벽을 뚫고 수상에 성공했다.
여우주연상은 2002년 할리 베리('몬스터볼')가 유일하다.
아카데미는 인종차별 여론이 거세자 긴급 이사회를 열어 개혁안을 마련했다.
여성과 소수계 비율을 2020년까지 2배 이상으로 늘리고 남녀 주·조연상 후보자 수를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흑인 인사들이 시상식에 얼마나 불참할지, 참석하더라도 어떤 돌발발언을 할지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