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내게 소중한 것
2016-01-27 (수) 03:15:03
정윤경
지지난주 어느날 오후 한국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가 왔다가 끊겼고 잠시후 문자 메시지가 왔다. 건강검진 결과 이상소견이 발견돼 전화를 급히 달라는 연락이었다. 살짝 긴장되었다. 5년 전 친한 친구가 같은 검진센터에서 갑상선 암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 내게도 일이 생긴 걸까 불안해졌다.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인지 물었다. 전화기로 들려오는 음성은 조용히 지금 어딘지 물었다. 서울이냐고 우선 물었다. 무슨 일이지? 왜 어딘지부터 묻지? 궁금증이 생겼지만 우선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검진센터 검진 결과 자궁의 암 의심소견이라며 가까운 산부인과에서 정밀검진을 받아보라고 알려줬다. 어디까지나 의심소견이라며 다시 당부했다.
뜬금없는 이야길 갑자기 들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놀란 걸 느꼈는지 다시금 별 이상 없을 거라며 의심소견이라고 다시 당부하는데 당부하는 소리가 더 긴장되게 했다.
전화를 끊고 아이를 학교에서 데려오고 멍하니 앉았다.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병원부터 알아보고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힘이 빠져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남편이야 생활하는데 큰 문제 없지만 아이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어쩌나 걱정되었다. 생각은 점점 나없이 아이가 살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죽음이 아직은 무섭지 않았지만 혼자 남겨질 아이가 자꾸 신경 쓰였다. 저녁 밥 짓는 것부터 아이한테 가르치고 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벌써부터 아이 살 궁리를 하다니. 이러다 상상으로 내 죽음에 대한 소설책 한권은 쓰겠다고 생각하면서 웃었다.
병원은 한 주 뒤에나 예약이 가능했다. 남편이 퇴근하고 검진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별일 없을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별일이 없기를 바라긴 하지만 오늘까지 검진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소중한 게 무엇인지 느꼈다. 소중한 사람들이 나없이도 잘 생활해주길 바라고 그중 내 아이가 나없이도 잘 생활해주길 바란다. 아직 결과는 안 나왔고 검진 결과야 어떻든 아직까진 멀쩡한데 슬퍼할 이유가 없다.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즐기며 살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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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