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미국 하루, 한국 하루

2016-01-20 (수) 03:42:28 정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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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캠프 광고 메일이 왔다. 작년에 신청했었는데 이제 캠프를 준비할 때인가 보다. 한국에선 1주일 전 계획도 안 세웠었는데 1월인데 6월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 부지런하지 못한데 일일이 챙기려니 힘들다. 한국에서 아이를 미국으로 여름캠프를 보내는 친구들은 어떻게 알고 보내는지 궁금하고 시기에 맞게 챙기는 것도 대단하게 보인다. 한국보다 아이들은 1년에 방학 빼고 몇 주를 더 쉬게 되는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몇 주가 의미없이 사라지게 된다. 몇 달 전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치고 비용도 많이 들게 된다. 얼리버드들에게 좋은 환경이지만 나와 같은 느림보들은 항상 손해를 보며 사는 듯하다.

생일잔치를 준비할 때도 3개월 전부터 해야 했다. 아들은 생일잔치를 수영장에서 하고 싶어했다. 가을학기가 시작되고 몇 달도 안돼서 생일잔치를 준비해야 했다. 3개월 전부터 수영장에 미리 연락하러 갔더니 아들 생일 때는 예약이 끝나 있어서 한 주 뒤로 예약를 했다. 이전 학년들과 현학년 애들을 초대하고 싶어했는데 수가 많다 보니 미리 초대장을 보내야 했다. 연락처를 알기 어려워서 선생님께 연락하기도 하고 초대장을 직접 만들어 친구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생일잔치에 올 사람수를 확인하고 음식, 수영장을 꾸밀 물품, 아이들이 놀 레크레이션, 구디백까지 일일이 준비해서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생일 때 온 아이들만 70명이였으니 그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하다.

지역이 커서 이동하는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약속을 정할 때 이동 거리인 왕복 두 세시간은 더해서 계산해야 한다. 넓은 땅에 많은 사람들이 살다 보니 같은 일을 해도 시간은 몇배로 걸려서 미리 준비하고 예약해야 한다. 한국에 있을 때 아이 치과를 보내고 내과를 보내고 피아노 학원, 태권도 학원을 모두 보내도 저녁 시간이 되었다. 여기선 치과 한번 보내면 하루가 지난다. 하루가 24시간으로 똑같은데, 체감시간은 한국과 미국이 다르게 느껴진다. 오늘도 미국 하루가 지나간다. 6월에는 뭘하면 좋을지 고민이다.

<정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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