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사춘기 10대와 더불어 살기

2016-01-15 (금) 03:37:40 베로니카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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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또래 친구들은 빠르면 사위를 보거나 며느리를 보기 시작했다. 난 그들이 부러울 따름인데, 한편으로 그들은 날 무척이나 부러워한다. 아이들 도시락반찬 걱정하고, 자동차 운전해 주느라 바쁜 이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이니 마음껏 즐기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주변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우리 집엔 어느 덫 두 아이 모두 10대가 되었다. 10대에 들어서기 훨씬 전부터 우리 식구들은 ‘사춘기’, 혹은 ‘10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왔다. 아기가 태어나 유아기, 아동기를 거치듯 사춘기도, 10대도 거쳐가는 자연스러운 것이지, 특별한 그 어떤 것도 아니라고. 물론 인생에서 생리적, 육체적, 심리적 큰 변화를 겪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유아기에서 아동기를 거치면서 팔다리 성장으로 인해 ‘성장통’을 가졌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인식할 뿐, 대/단/한 변화, 즉 흔히 사춘기를 일컬어 말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라든가 ‘격변의 시기’라는 말들은 오히려 사춘기를 맞이하고 있는 당사자들을 더 큰 불안과 혼란으로 몰아가는 것이라는 내용의 토론이었다.

그래서인지 두 아이 모두 각자의 변화를 다소곳이 수용하고 있는 것 같다. 단지 자아가 커지면서 자신의 의견이 구체적으로 강해지고, 합리적이지 못한 상황이 도래하면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이전과 비교할 때 달라진 모습이다. 변성이 와서 목소리의 단호함이 더 강하게 느껴져 초창기에는 왠지 부모의 권위에 도전장을 놓는 것도 같고, 몸집이 커졌다고 목소리 높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오히려 아이들의 변화에 부모로서 재적응과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부모로서의 위기의식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변화를 직시하고 이에 맞는 정리를 하게 되었다. 우리가 직면한 이 상황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이라 바라보게 되었다. 이전에는 자신의 잣대가 명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판단기준이 단순했었던 것에 반해 이제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보고 들은 것이 많아졌으니 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판단기준을 갖게 되어 바로 “컸다”는 표현이 맞는 싯점이다.

부모로서 두 아이의 변화에 눈높이와 어깨 높이를 시시각각 맞추면서 재적응을 해나갈 때 사춘기 10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과 더불어 부모 또한 성장하는 과정으로 함께 즐기면서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베로니카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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