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우리 가족들은 모두 한곳에 모여 설날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한다. 시가의 6남매 중 4형제가 베이 지역에 살고 있어서 가족행사에 모이는 것이 어렵지 않다.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서 명절은 한국에서처럼 부담스러운 개념과는 매우 다르다. 친인척이 많지 않기 때문에 명절을 계기로 하여 가족들이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써 “친교(social)”와 “파티”에 가는 설레임과 들뜬 분위기의 긍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하겠다.
우리 집은 주로 둘째 형님 댁에서 새해맞이를 한다. 형님은 떡국과 차례상을 준비해 주시는데, 다른 가정에서는 각자 한 두 가지씩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마련해 간다. 혼자서 모든 것을 준비한다고 하면 심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거창한 일거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다른 세 가정에서 한두 가지를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큰 위로가 되어 비록 대부분의 상차림을 준비하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떡국, 불고기, 잡채, 삼색나물, 모듬전, 생선구이, 떡, 견과류, 삼색과일에 요즘 우리가족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매콤달콤한 야채모듬 쟁반국수 등으로 상을 차린다. 형제 순으로 차례를 지내고 나서, 다른 집들과 달리 며느리들의 부모님을 위한 차례를 지낸다. 이때에는 해당되는 가족만 절을 한다.
차례를 지내고 나면, 1세대 부모들만 둘러서서 서로 맞절을 하고, 형제 순으로 앉아 제 2세대들의 세배를 받는다. 세배를 한 2세대는 그 자리에 앉아 숙부와 숙모, 그리고 고모의 덕담을 듣고 나서 세뱃돈을 건네 받는다. 우리 아이들은 세뱃돈을 모아 악기를 업그레이드 하거나 책을 사는 데 쓰므로 1년 중 가장 중요한 재정확보의 시간이란다.
세배 후, 맛있게 새해 떡국을 먹으며 덩달아 한 살을 먹는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사촌들과 둘러앉아 안부를 묻거나 조언을 듣는 시간을 갖고, 어른들도 그 동안 모았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가족간의 안부는 물론이고, 한국과 미국사회의 세상사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여럿이 나누어 식사 후 정리를 척척 해내니 짧은 시간에 정리정돈을 마칠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연주는 물론, 첼로를 하시는 둘째 큰아버지와 함께 협연도 해 본다. 또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반주에 맞추어 한국의 가곡이나 유행가를 목청 높여 부르면서 힘찬 새해를 ‘작은 가족음악회’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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