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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을 꿈꾸는 ‘순백’ 의 땅

2015-12-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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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랜드

‘초록’ 을 꿈꾸는 ‘순백’ 의 땅

지상 최대의 아이스쇼가 펼쳐지는 일 루이 삿의 칼뱅 빙산 크루즈. <사 진 제공 greenland.com>

‘초록’ 을 꿈꾸는 ‘순백’ 의 땅

그린랜드에는 오로라가 자주 출몰한다. 밤하늘에서 오로라가 춤을 추는 환상적인 야경. 사 진< 제공 greenland.com>


아이슬랜드와 그린랜드, 두 섬은이름과 환경이 정반대다. 아이슬랜드와 이웃한 그린랜드(Greenland)가 진짜 ‘얼음 땅’이다. 이름은 초록섬을뜻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커다란 얼음들뿐. 그린랜드는 남극 다음 가는 빙상의 땅이다.

이같은 아이러니는 바이킹의 거짓말로 인해 생겨났다. 800년께 고향을 떠난 바이킹들이 아이슬란드에 정착했는데 이들 가운데 머리털이 붉어‘ 빨간 에리크’라 불리던 에리크 토르발손이 죄를 짓고 쫓겨나 서쪽으로항해해 새로운 땅에 도착했다. 얼음땅이지만 다른 바이킹 이주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숲과 풀이 풍부한 땅이란뜻의 그린랜드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지난 칼럼(본지 2015.12.11)에 소개한 아이슬랜드는 ‘신이 세상을 창조하기 전에 연습한 곳이 바로 아이슬란드’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풍경이 경이롭지만, 그린랜드는 그 이상으로 환상적이고 황홀하다.


국토 3분의 2 이상이 북극권에 속하는 그린랜드는 윈시의 빙하기 모습으로 다가온다. 거대한 밍크고래, 흔히 에스키모로 알려진 원주민 이누이트(Inuit), 바닷표범, 유니콘을 닮은 일각고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빙산과 수천만년의 세월을 품은 빙하 대륙…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펼칠 수 없는 자연의 섭리, 그 위대함과경이로움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또다른 세계가 바로 그린랜드다.

그린랜드의 해안선 길이는 약 3만9,330㎞로, 적도에서 잰 지구 둘레와 거의 같다. 빙하 두께도 무려1,500~3,000m다. 육지는 85%가 거대한 얼음 덩어리다. 빙상은 공기가 적게포함돼 오묘한 푸른빛을 띤다. 얼음이덮이지 않은 나머지 땅은 해안지방으로 고원과 산맥으로 이뤄져 있다.

그린랜드는 또한 사람(약 6만명)보다 물개(200만)가 더 많은 ‘물개의나라’이기도 하며, 이 외에도 북극곰·순록·북극여우·흰담비 등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북극권 동물들도볼 수 있다.


백야의 나라… 여행시즌은 7~8월

그린랜드는 6개월은 백야, 6개월은밤이 계속된다.

본격 여행시즌은 태양이 밤마저도지배하는 백야의 시간, 여름 두 달뿐이다. 이 시기에만 아이슬랜드에서 그린랜드로 향하는 하늘 길이 열린다.

물론, 그마저도 날씨가 허락하지 않으면 비행이 취소되기도 하고, 활주로가 짧아 큰 비행기는 이곳 땅을 밟을 수조차 없지만.


그래서 그린랜드는 ‘신의 은총이있어야만 여행할 수 있다'고들 말한다. 유럽인들 중에서도 그린랜드 여행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뿐만 아니라 아주와 함께 그린랜드를 여행한 ‘신의 은총'을 받은여행가들 사이에서도 이곳이 생애가장 감동적인 여행지였다는 고백이이어진다.

차디찬 공기는 코끝을 타고 폐부깊숙이 들어온다. 지구가 태초에 품었을 법한 전혀 오염되지 않은 청정하고 투명한 공기가 몸과 마음을 단번에 정화시켜 주는 듯하다.

실제의 그린랜드는 우리 예상과는좀 다른 모습이다. 인구 6만명에 자치권을 갖춘 이곳에서 사람들은 최신홈시어터를 갖춘 유럽풍 주택에서 살고, 몇 걸음 되지도 않는 마을에서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샤핑은 마켓에서 신용카드 한 장으로 즐긴다. 수도인 누크(nuuk)에는 이름도 멋진 북극대학이 있다. 눈으로 만든 얼음집 이글루는 말그대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의 이야기다.

물론 그린랜드 전역이 다 그런건아니다. 중부 이북으로 올라가면 개썰매를 타고 북극곰, 바다표범, 고래등을 사냥하며 살아가는 본래 이누이트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린랜드 투어의 핵심은 ‘일루리삿'(Ilulissat)이다. 빙산이란 의미를 지닌 일루리삿은 그린랜드에서 가장인기 있는 여행지다. 거대한 빙하와그 빙하가 만든 아이스 피오르드(IceFjord), 또 바다를 가득 메운 수많은빙산들로 2004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이곳에서는 타이태닉호를 침몰시킨 바로 그 빙산들을 보트를 타고 스릴 있게 항해하며 감상하는 칼뱅 빙산 크루즈를 즐길 수 있다. 얼음을 가르며 바다로 들어가면 거대한 마천루를 이룬 빙산의 장대한 광경이 펼쳐진다. 그린랜드 여행의 백미이며, 지상 최대의 아이스쇼라 칭해도 과언이 아니다. 푸른빛을 내뿜는 빙산들은 옥이나 사파이어보다 빛깔이 더매력적이다. 운이 좋으면 거대한 빙하와 거기서 갈라진 빙산들이 물 속으로 떨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일루리삿에서 배를 타고 2 시간 정도 가면 인구 100명 정도의 작은 어촌마을 ‘로드베이'(Rodebay)에 당도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이 마을에는유명 ‘H8 레스토랑'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점심식사를 즐길수 있는 곳이다.

위대한 탐험이라도 할 것처럼 떠나왔지만 막상 그린랜드에서의 생활은단조로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린랜드가 주는 본연의 기쁨이 다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만큼 황홀하다. 금방 괴물이라도 튀어나올 듯 시린 빙하 사이를 누비며 하이킹을 즐기고,물범과 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투어에 참가하고, 강에서 여유로이 연어나 송어낚시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그린랜드에 못 박고 살아가는 이누이트가 된 듯한 착각마저 든다.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수만년된 빙하조각을 떼어다 라면을 끓이고, 커피와 위스키를 마시다니! 해가 지지않는 매일 밤, 떠다니던 거대한 부빙들이 무너지는 환상의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그린랜드여행 팁

그린랜드(덴마크 령)의 현지명은칼라아릿 누나트(Kalaallit Nunaat)다.

217만5,600㎢ 가운데 183만4,000㎢가 얼음으로 덮여 있다 . 수도는 중부누크 (누크).

끝없이 이어지는 밤을 보고 싶거나 영하 20~40도에도 끄덕없는 체력을 갖고 있다면 겨울에도 여행할 수있다. 아니라면 여행 적기는 여름인7~8월이다. 따뜻한 스웨터 하나만 입고 다녀도 될 만큼 날씨가 쾌청하다.

청정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는 환상적인 오로라도 자주 출몰하지만, 환한여름밤엔 그 빛이 보이지 않는다. 이누이트들은 오로라가 밤하늘에서 춤을 추면 이는 죽은 자들이 바다코끼리의 해골을 가지고 공놀이를 하는것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그린랜드는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척박한 얼음땅에서 재배할 수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덴마크 본토에서 수입해 온다. 주요 도시와 마을엔 레스토랑이 있고 햄버거나 핫도그를 파는 패스트푸드점도 있다. 수퍼마켓에서 간단한 먹거리와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다.

아주 투어는 아이슬랜드와 그린랜드를 총 13일 동안 여행하는 상품을선보인다. 1년에 단 두번만 허락되는특별한 여행코스다. 2016년7월27일(수)과 8월10일(수) 출발하는 이 상품은 22명 정원으로 선착순 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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