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코드 아담

2015-12-16 (수) 06:26:31 정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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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무언가 잘 잃어버린다. 다행히 아이는 잃어버리지 않는데 아이를 잘 챙겨서라기보다 아이가 우릴 잘 챙기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미국에 왔을 때 아들에게 교육시킨 부분은 혹시나 부모를 잃어버렸을 때 어떻게 행동할 지였다. 엄마 아빠 전화번호가 담긴 가방을 메고 다니게 시켰고 영어는 못하더라도 전화번호와 주소는 영어로 말하도록 시켰다.

혼자 남게 되었을 때 그 자리에 있거나 경찰 아저씨 같이 생긴 분께 도움을 받으라고 했는데 한국어라도 말하면 도와줄 거라고 이야기했다. 렌트를 구하고 집에 필요한 물품을 사러 전문매장에 갔었다. 매장 안이 크긴 했지만 많이 붐비지 않았고 남편과 같이 와서 아이를 잃어버리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아이가 남편이랑 화장실 간 사이 남편만 돌아왔고 아이가 사라졌다.

그리 크지 않은 매장이고 아이가 매장 밖으로 나가지만 않았다면 별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남편이 찾아다녔지만 10분이 지나도 아이를 못 찾는 듯했다. 카운터 윈도우에 줄서 있던 나는 점점 긴장했다. 나도 찾아 나서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던 차에 갑자기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코드 아담 경고! 동양인 남자애가 부모를 찾는다는 내용의 방송이 나왔다. 카운터 직원에게 내가 찾고 있었다고 알려주니 직원이 반대로 부모가 그 아이를 찾는다고 방송했다. 주위에선 수군거렸다. 졸지에 아이를 잃어버렸는데도 뻔뻔하게 쇼핑하는 못된 엄마로 보였을 것이다. 어찌 되었거나 찾았으니 다행이었다. 만약 애가 매장 밖으로 나갔으면 못 찾을 뻔했다.

생각하니 아찔했다. 아이는 화장실을 갔고 갑자기 아빠를 잃어버렸다. 혼자 주위를 돌아다니며 우릴 찾아 다녔다. 전화번호가 든 가방은 화장실 가느라 아빠한테 준 상태였고 외웠던 전화번호와 주소는 생각이 안났다고 했다. 경찰도 안보여서 매장 직원처럼 생긴 분한테 가서 한국어로 상황을 설명했더니 이상한 곳으로 끌고가서 무서웠다고 한다.

말도 안 통하는 낯선 곳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하니 가엾고 미안했다. 그때 처음 코드 아담을 알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장이 폐쇄되었던 것 같다.

코드 아담의 심각성을 몰랐던 우리 부부는 코드 아담이 단순히 미아 찾는 방송 정도라 생각했는데 코드 아담이 울리면 매장 자체를 폐쇄하고 전직원이 아이를 찾거나 아이에게 부모를 찾아 준다고 한다.

<정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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