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아기의 말에 귀기울인다는 것

2015-11-24 (화) 04:18:36 김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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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키우다보면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라는 말이 온 몸으로 실감되는 순간이 있다. 문자 그대로 어제까지 천장을 보는 자세로 누워 있던 아기가 갑자기 뒤집기를 능숙하게 한다던가 엎어져 있는 자세로 끙끙대다가도 하루아침에 배밀이에 성공한다던가 하는. 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다. 나에게 안겨오는 아이가 하루새에 놀랄 만큼 수다스러워지고 적극적이어져서 마치 새로운 인격체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난 며칠간 손놀림이 좀 섬세해진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의도가 담긴 동작은 아니었는데 오늘 아침 아이는 그 보드랍고 서툰 손가락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었다.

하루종일 아이는 적극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바를 표현했고, 놀고 싶은 것 앞에서 다양한 손짓과 표정으로 어떻게 놀고 싶다는 표현을 해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가 일방적으로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관계의 대부분을 아기가 주도하고 있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아이가 표현하는 걸 하나하나 이해해주고 반응해주려니 육아가 두 배로 힘이 들었다.

하지만 힘이 드는만큼 그동안의 나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아이가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이자 소우주라고 생각하면서 말 못하는 아이를 일방적으로 대해왔던 게 아닐까. 내가 먹이고 싶을 때 먹이고 내가 재우고 싶을 때 재우고 내가 원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만들고 있었던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뜨끔했다.

심리학 용어에 자기통제감이라는 단어가 있다. 내가 상황을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나의 자존감과 행복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힘센 어른의 입장에서 아기의 행동을 통제하려 들지 말고 아이가 아이 나름대로 상황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게 아기의 생각과 행동을 귀기울여줄 수 있는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만큼 아기의 표현을 읽어낼 수 있는 내 마음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길 바라본다.

<김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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