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수면 교육 실패담

2015-11-10 (화) 04:04:42 김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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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여성의 창에 자신만만하게도 4개월 된 딸과 샌프란시스코를 탐험하겠다고 썼는데, 불행히도 한 주간 그 계획 이루지 못했다.

아기가 갑자기 수면습관이 변해서 밤마다 6-7번씩 일어났기 때문이다. 시달리는 나를 보다 못해 남편은 이제 우리 딸이 수면 교육을 받아야 할 시기라고 선언했다.

남편이 원하는 것은 소위 퍼버법 이라고 불리우는 방식이었다.아기가 밤에 자다가 깨면 스스로 알아서 잠들 때까지 일정 시간 울게 내버려 두는 방식이다.


아기는 커녕 어른이 우는 걸 보는 것도 견디기 힘들어하는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방식이었다.

이제 4개월이 된 아기가 어두운 방에서 혼자 울부짖고 있는걸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결국 첫날 3분 둘째 날 20분을 울리고는 그만두었다.

육아법을 중도 포기하는 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하던데 딸은정말로 다음날 밤부터 한층 더 큰 목소리로 울었고, 달래다 못해 젖을 물리면 더 절박하게 빨았다.

할 수 없이 그보다 덜 힘든 수면 교육법을 찾아봤는데 세상에는 소아과 의사 수만큼 많은 수면 교육법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방식도 나와 딸의 현실에 백 퍼센트 맞지 않았다. 며칠간 이런 저런 방법들 사이에서 씨름하다 깨달았다.

유명한 육아서의 이론을 그대로 내 아이에게 적용하는게 아니라 양육자인 나와 아기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내 속도대로 성장했듯 딸도 내가 어떤 수면 교육법을 선택하든 그것과 무관하게 스스로 잘 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었다.

나는 아기의 상황을 책에서 제시하는 4개월령 행동 가이드라인에 맞추는 걸 그만두었다. 밤에 몇 번이나 깨는지, 몇 시간마다 먹는지, 먹고 자는 지, 자고 일어나서 먹는지를 꼭 책에서 말하는 방식대로 백 퍼센트 맞추려고 애쓰지 않았다.


대신 아기의 낮 동안의 행동을 분석하고, 아기의 행동양식에 맞는 스케줄을 최대한 규칙적으로 잡아주려고 노력했다. 밤에 재울 때는 가능한 기분 좋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억지로 재우지 않았다.

사실 방법이랄게 아기의 방식에 맞춘다는것 밖에 없어서 크게 기대를 안했는데 아기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낮엔 덜 칭얼거렸고 밤에는 조금씩 더 길게 자기 시작했다.

딸을 낳기 전에 남의 목소리가 아니라 아이의 말에 귀 기울 이겠다고 다짐했는데, 생후 4개월부터 그 다짐을 되짚어보게 될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아이가 자기 속도에 감사할 줄 아는 아이로 크기를 바래본다.

<김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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