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서재경 ㅣ 행복을 찾아서

2015-11-0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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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도 출장중이고 아이들도 모두 학교로 떠났다. 평소에 해야 하는 일들이 줄어서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난 요즘 조금 심심하다. 내가 그들에게 쏟았던 시간과 정성들이 내 생활의 모든 것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쉬고만 싶었던 꿈같은 시간이 드디어 내게 왔다.

하던 일도 그만두었다. 음악을 틀어놓고 창 밖을 내다본다. 그 평화가 너무 좋다. 아이들 돌아올 시간에 복잡한 학교 앞에 가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다. 저녁식사시간이 되어가지만 부랴부랴 식사를 준비하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다.

빨래바구니에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 않아서 너무 좋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날 것 같지 않던 집과 주방이 늘 깨끗해서 너무 좋다. 내가 보고 싶을 때 TV를 큰소리로 틀고 보아도 돼서 너무 좋다.


하지만, 익숙치 않은 자유로움과 고요가 나를 쓸쓸하게 한다. 아이들이 그립고, 시끌시끌한 소음이 그립고, 주방에서 음식하느라 분주히 오가는 내가 그립다.

이어폰을 꼽고 소리 죽여 TV를 보았어도, 아이들 라이드 때문에 시간을 쪼개어 맞추기가 어려웠어도, 식사준비로, 빨래로, 청소로 힘들었어도 그때가 그립다. 옆집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소리에 살며시 창 밖을 내다본다. 그런 내 눈시울이 떨린다.

이젠 새로운 시간을 위해 또 새롭게 적응해가는 시기임을 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무지했지만 아이들 때문에 용감했어야 했던 그 마음으로 다시 나의 삶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이 그리워 옆집아이들을 바라볼 땐, ‘하이’하면서 반갑게 말을 걸어보고, 사람이 그리우면 친구들을 한가득 불러,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집안을 시끌시끌하게 하면 되겠지? 아이들이 가을에 떠나서 더 눈물이 나는 걸까? 아이들은 너무 잘 지낸다.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와 흥분으로...

이젠 옆에서 가장 큰 의지가 되어주는 남편과 함께, 나만 잘 지내면 되는 것 같다. 새로운 곳에서 열심히 지내는 아이들처럼, 나도 새로운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보련다. 나의 멋진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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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경씨는 2008년 미국으로 이주, 슬하에 1남1녀가 있다. 2010년부터 퍼시픽 콰이어 임원으로 시작하여, 2015년에 초대 운영 이사로 선임되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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