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김성희 ㅣ 다시 찾은 내 마음의 자리

2015-10-28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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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창을 시작한 지 벌써 3달이 지났다. 몇 회를 쓰고 나니 쓸 밑천이 다 소진되어 ‘더이상 쓸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도 첫 회에 내 인생의 길을 여성의 창을 통해 찾아가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지 끝까지 쓰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살아온 지난 삶을 반추하면서 경험 속에서 일어난 느낌을 재조명하면서 이야기거리를 찾는 일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다 대학에 간 후, 젊은 시절부터 꿈꾼 것들을 뜨거운 열정을 품고 홀가분하게 마음따라 열심히 노력하면 잃어버린 것들을 찾으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것 같았다.

그런데 100일간의 지속적인 ‘여성의 창’ 글쓰기를 통하여 지금까지 살아온 삶 속에 이미 살아갈 인생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걸어온 삶의 길이 보일수록 앞으로 살아야 할 길이 더 또렷이 보였다.

마음은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을 향해 앞뒤 가릴 것 없이 달려 가고 싶지만, 다시한번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젠 더이상 가지 못한 길에 대해 미련을 가지고 싶지 않았다.

한가지를 더 가지려다 보면 한가지를 손에서 놓아야 하는 그런 나이가 되었음을 알았다. 지금 영위하고 있는 일상의 생활 속에서 더 오래 지키고 싶은 소중한 일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같이 살아온 가족, 형제, 친구들에게 섭섭하게 한 일은 없는지 혹은 시작된 일들을 잘 끝낼 준비는 되어 있는지 혹은 내가 행한 말과 행동에 대해 최선을 다해 책임을 지는지...

살아온 자신의 발걸음 하나 하나를 돌이켜보면서 잘 마무리하고 싶다. 앞으로 주어진 시간 속에서도 어리석게 행동하여 후회하는 일은 조금도 만들고 싶지 않다.

아무리 한때 지녔던 꿈과 희망도, 내 주위의 소중한 이웃이 없다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 내가 가진 능력은 부족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그 속에서 아름다운 가치들을 발견하면서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싶다.

결국 지금 살아가고 있는 ‘지금’ ‘여기’가 내 소중한 마음의 자리가 있었던 곳이고, 앞으로도 머물 그 자리임을 ‘여성의 창’ 마지막 회에서 깨달게 되어 참으로 다행스럽다. 끝까지 함께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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