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Going on’이란 말은 참으로 무심한 말일까? 내가 어떻게 되어도 세상은 눈 하나 까닥하지 않고 흘러가는 게 삶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일까? 눈덮인 거대한 히말라아 산맥, 끝없이 쏟아지는 나아가라 폭포, 그리고 장엄한 그랜드 캐년 앞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자연에 비해 인간의 삶은 항상 죽음과 같이 존재하고 있기에, 삶을 조금만 진지하게 생각하면, 그 끝자락은 울먹일 수밖에 없는 가슴 먹먹해지는 슬픔이 자리잡고 있다.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기에 모든 일이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고, 거기에 무슨 의미를 부여하겠나 싶은 강렬한 패배의식이 든다.
5년 전, 혼자 계신 어머님마저 돌아가셨을 때 따라갈 수만 있다면, 갈 수 있는 그리 아까울 것 없는 내 인생이었다. 세상은 온통 무채색이었고, 삶은 잠시 정지되어 살아갈 방향조차 가늠이 되질 않았다. 허망감에 빠져, 세상 일에 눈 감은 채 먹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몇날 며칠을 침대에 누워 살아야만 했다.
그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침실 창문을 통해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나뭇가지에 달린 나뭇잎이었다. 엷은 주홍색의 눈부신 햇살에 나부끼는 연한 초록색 나뭇잎은 아무 이유없이 아름다웠다. 그 순간 내 주위의 일상이 펼쳐지면서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나 역시 그 일상의 한 부분, 자연의 한부분임을 알았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지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대자연의 한부분임을 느꼈다.
살아가면서 서로가 힘이 되고 소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명 한명의 개별적인 삶은 코 막고 10분만 놔두면 죽고마는 별거 아닌 불안전한 것이지만, 몇세기를 거쳐 서로 뭉쳐 함께 살아온 인간의 삶은 자연의 영원 속에 함께 있다.
결국 ‘Life is Going on’은 나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삶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인생의 괴로움, 즐거움 등의 모든 감정을 돌아가신 부모님, 내가 낳은 자식, 같이 살아가는 남편, 내 주변의 이웃들, 심지어 내 시선이 닿는 사물, 내 생각이 미치는 범위, 내 마음이 전달되는 범위까지 함께 나누어 가지면서 결국 영원히 지속될 자연 속에 삶이 녹여가면서 살아져감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