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처음에 학교를 보냈을 때, 학교 친구 중에 안경을 쓴 아이들이 거의 없어서 깜짝 놀랐다. 싱가포르에서 몇 년 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야외 활동이 하루에 2-3시간 이상이 되면 근시 유병률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야외에서 체육 활동을 하는 양이 아무래도 한국 학교보다 많은 것이 원인이 아닐까라고 상상했다. 매일 체육 시간이 있고, 점심시간이나 리세스 타임에 밖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를 보면서 흐뭇해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꽤 많은 아이들이 렌즈를 착용하고 있어서 근시인 것을 몰랐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한국에 사는 한국 아이들보다는 적은 비율이지만, 동양계 아이들은 상당수가 근시에 시달리고 있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안경을 쓰는 비율도 점차 많아지는 것 같아 보인다. 웬만한 거리의 학교는 걸어 다니는 한국 아이들에 비해서, 통학 시에 차를 타고 다니고, 점심시간이 짧기 때문에, 막상 체육을 실내에서 하거나, 특별 활동으로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는 야외 활동이 더 적어 보이기도 하다. 피씨방으로 인한 문제는 없지만, 인터넷이나 게임으로 인한 문제는 두 나라 아이들이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하다.
서울 아이들이 학원 때문에 허덕인다면, 미국 아이들은 학교 숙제 때문에 허덕인다. 우리 집 아이들은 한국에서도 학원을 별로 많이 가지 않아서 그런지, 오히려 미국 학교의 숙제에서 더 불평하기도 한다. 공교육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기특한 학교 숙제도 많지만, 막노동에 불과하다고 투덜거리게 만드는 쓸데없는 숙제가 더 많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금수저, 은수저네 흙수저네 불평이 많지만, 오바마의 장녀가 유수의 대학에서 콜을 받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에서 아이를 교육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쌓아온 관념과 가치관을 긴 장대 양 끝에 매고 아슬아슬 줄타기를 시키는 것과 같다. 이런저런 상황에 부딪치면서 ‘불공평해요’를 외쳐대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것이고, 불평하는 사람보다는 현명하게 그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사람이 되도록 해결할 방법을 연구해보자고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환경이던 눈도 몸도 건강하게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고, 정신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이라서, 소홀하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