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티나 김 l 힐링푸드

2015-10-01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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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란 뭘까? 음식은 우리 삶의 일용한 양식이다. 그게 전부일까? 나는 음식을 만들 때 가끔 힐링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힐링은 좋은 음식의 기본이라 믿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UC버클리 유학생이 있다. 처음 그를 알았을 땐 부모 잘 만나 유학 온 엄친아 정도로 생각했었다. 내심 예의없는 아이면 어쩌지 하는 우려를 했었다.

그를 안 지 3개월쯤 지났을 때,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국가 장학금으로 유학 온 지극히 평범한 가정의 스마트한 성격의 학생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를 오해한 미안함 때문일까! 남편이 그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 대접 한번 하자고 했다. 어느 주말 처음 만난 S군은 19살의 앳된 소년이었다. 그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 매달 한두번 집에 와 식사할 것을 권했다. S군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S군이 오는 날, 나는 온갖 지혜와 정성을 동원해 식사를 준비한다. 이국에서 혼자 생활하는 S군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은 그 방법밖에 없었다. 한달에 한두번이지만 이 한끼 식사는 그에게 향수를 달래는 묘약이요 지친 심신을 힐링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는 듯하다.


정성이 통해서일까! 그는 내 한끼 식사에 매번 행복해 했다. 눈은 동그랗게 커지고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야릇한 신음 소리가 절로 나온다. “맛있어요” 행복한 표정의 S군을 보고서야 나는 큰 시험을 통과한 듯 한시름을 놓는다. 다행스럽게 음식이 입에 맞았는지 그와의 인연은 2년을 훌쩍 넘어 현재 진행형이다.

남편이 S군에게 묻는다. “(남편)매번 사진은 왜 찍어?” “(S군)한국 엄마한테 보내 드려요. 주변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요.” “(남편)그래, 어머닌 뭐라 하셔?” “(S군)고기 좀 그만 먹으래요” 매사가 걱정인 부모의 심정이 전해진다. 일찍이 어린 딸을 미국에 홀로 보내고 노심초사했던 나의 어리석었던 결정이 떠오른다. 그 아픈 기억이 S군을 위한 음식 준비에 더욱 정성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 작은 정성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고 한국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 준다면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본시 어려서 좋은 음식을 대접받은 사람은 자신을 귀히 여길 줄 안다. 이제 21살, 의젓한 청년의 모습이 느껴지는 S군을 보고 있으면 나 역시 힐링이 된다.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누군가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기회와 재능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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