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김성희 ㅣ억울한 삶
2015-09-30 (수) 12:00:00
한 오십년 넘게 인생을 사신 분들께 살아온 삶을 얘기해달라 하면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글로 쓰면 책 한권은 넘을 것라고 한다. 나 역시도 그렇지만 누구나 자세히 따져 들어가면, 지난 세월을 살아오면서 억울하게 당했던 일들에 대한 감정들이 진하게 배어있다. 누구나 그때를 상기하면서 비장한 얼굴이 되면서 드라마 주인공이 된다.
요즈음 구글에서 새로운 직원채용을 하면서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당신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가장 어려웠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그 역경을 극복하고 무엇을 배웠는지 설명해 보십시오’이다.
우리 인생은 항상 고민스러운 일이 끊임없이 생긴다. 한 고비를 넘기면 더 큰 고비가 생기고 …때때로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스러운 일도 일어난다.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돌이켜보면 어떨 때는 힘들어 도망가고 싶다. 더구나 미국 타향에서 두 아이들을 가까이 도와주는 사람없이 키우면서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기엔 삶은 더욱 무섭게 다가왔다. 이외에도 적어도 한번이라도 느껴본 인종 차별, 어쩔 수 없는 언어적 장벽, 아파도 선뜻 갈 수 없는 의료체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에 더 심해지는 향수병, 그리고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이곳은 언젠가는 떠나게 될 것 같은 마음 붙일 곳 없는 서러움….
그럼 이처럼 타향에서 사는 특별한 고통을 어떻게 극복하면서 무엇을 배웠을까? 무엇보다 우리는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의 문화도 배우고, 세상이 참으로 넓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가 있다. 이러한 삶의 다양성을 통해 내가 특별히 주장하는 억울한 삶도 살아가는 수만가지 형태의 삶 중의 한가지 형태임을 알게 된다.
또한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어떤 문제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이 혼자서 해결해야 했기에 자신을 무섭게 채찍질해야만 했다. 이처럼 끝없는 정신적 성장과 발전을 통해 어떤 어려움도에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긍정적인 자세로 앞으로도 계속 있을 역경을 극복하면서 혼자서도 잘 살아가는 법을 이 낯선 미지의 땅에서 제대로 배웠다. 아마 유창하지 않는 영어 실력의 오십대 아줌마이지만 구글에 가서 면접을 받아도 잘 넘어갈배짱이 생겼다. 주말 연속극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성공한 여성 사업가처럼, 그러나 비장한 얼굴은 숨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