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김연주 ㅣ중독
2015-09-29 (화) 12:00:00
목 디스크를 앓으면서 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다 보니 중독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통증이 심한 편이라 일반 진통제로는 조절이 되지 않아서, 유사 마약 성분이 있는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경찰도 무섭고 법도 무섭다고 하는 미국이지만, 마약 문제는 미국이 더 심각한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동네 뒷산에 비닐하우스를 만들어서 기업적으로 대마초를 재배하던 사람들이 검거되는 장면이 방송되어서 놀란 적도 있지만, 딸이 다니는 고등학교에도 마약을 팔러 다니는 학생들이 있으니 그 정도는 놀랄 일도 아닌 것이다.
발암물질이 가득한 담배에 비해서 대마초나 마약 종류가 몸에 덜 나쁘다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정신을 피폐하게 하는 정도로 보면 법적으로 금하는 것이 타당하다. 중독성이 강한 것이 더 문제인지 환각 상태가 되는 것이 더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같이 통증으로 마약을 복용하게 되는 경우는 중독성에 대해서 더 걱정을 하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마약이나 담배 외에도 중독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목 디스크의 원인이기도 한 인터넷과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게임, 쇼핑, 달콤한 음식, 알코올이 들어있는 술뿐 아니라 청량음료도 중독을 일으키기도 한다. 스키, 오토바이, 패러 글라이딩, 서핑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긴장하는 순간 뿜어져 나오는 아드레날린에 중독된 것이라 한다. 한 사람을 오래 사귀지 못하고 이 사랑 저 사랑 사이를 떠돌아다니는 바람둥이들은, 처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 설렘에 분비되는 옥시토신에 중독된 것이라 한다. 일이나 연구에 중독되는 것은 사회나 나라의 발전을 위해 언뜻 바람직해 보이지만, 모든 중독들이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장기간의 안목으로 바라보면 주변 사람이나 본인에게 슬픔을 안겨주기 마련이다.
내 나이 여자들에게 흔한 드라마 중독처럼 끊기 어려워 보이는 중독도, 우연히 마지막 엔딩을 봐버리면 저절로 끊어져 버리는 것처럼, 처리하기 쉬운 중독도 있지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처럼 법으로 금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것도 주변에 널려 있다. 소비자를 어떻게 중독시킬까 어마어마한 자금을 퍼부어가며 연구를 하니 빠져 나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먼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지금 21세기 초반을 풍족한 중독의 시대였다고 정의 내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