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티나 김 ㅣ 컴맹

2015-09-1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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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컴맹이었다. 굳이 컴퓨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 온 후 사정이 달라졌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자니 정보가 필요했다. 주변 지인들을 통해선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또 그렇게 얻은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그래서 컴퓨터를 마주했다. 인터넷은 내게 참 생소했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키워드를 알아내는 것도 만만치가 않았다. 컴퓨터와 익숙하기 위해 밤을 설쳤다. 낯선 미국에서 낯선 인터넷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다.

이젠 물건 구입 방법과 저렴한 가격을 모두 인터넷에서 찾게 됐다. 콘서트홀 대관 등 대부분의 정보를 인터넷으로 해결한다. 미국의 음식 관련 정보를 얻는데도 인터넷은 큰 도움이 됐다. 오프라인에 수많은 소셜그룹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원하면 소셜그룹에 언제든 참여할 수 있었다. 모두 인터넷의 혜택이다.


호기심에 음식 관련 모임에 몇 번 참석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고 비즈니스와 관련된 의견도 나누고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이 그런대로 많이 편안해졌다. 시간만 허락되면 더 많은 소셜 모임에 참석해 보고 싶다.

나는 이민 초기, 미국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는데 80~90%는 인터넷의 도움을 받았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나의 미국 생활은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 사이 인터넷 환경은 스마트폰 시대로 빠르게 전환했다. 그 덕에 한국의 지인들과 SNS를 통해 다시 만나는 행운을 갖게 됐다. 가끔 “여기가 한국인가” 착각이 들 지경이다. 매일 200명이 넘는 친구와 지인들이 SNS로 한국의 소식을 전해 온다. 우스갯소리가 대부분이다.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 가벼운 소식이 미국 생활의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런 우스갯소리 일부를 학부모들에게 재전송해 준다. SNS로 전해온 한국의 우스갯소리는 아이들 뒷바라지에 지친 엄마들에게 잠깐의 웃음을 선사한다. 심지어 90세를 바라보는 시어머니 친구분들과 SNS를 통해 좀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제 스마트폰이 없으면 소통에 문제가 생길 지경이니 컴맹이던 나에게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10년 정도 세월이 흐르면 우리의 일상은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습관처럼 매일 아침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내 모습을 보며 문득 10년 후 우리의 삶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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