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이 진 l 잘생긴 집

2015-09-14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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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집을 사야 해요?’

요즘 일을 하다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location, location, location’은 이미 알 테고 나에게 나올 답을 오래 고민을 해본다. 미국에서 누구나 아는 이 말은 지역무패라는 부동산의 공식이다.

부동산 시장 폭락으로 휘청거리던 시기에도 좋은 지역의 집값은 평온했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바로 ‘로케이션’으로 굳게 믿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부동산시장이 뜨거울 때는 그 ‘location’의 함정에 빠져나와야 한다. 모두가 원하는 지역의 집은 우리의 예산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또 높은 웃돈 거래로 인해 모기지가 나오기 빠듯할 수 있어 그렇다. 그래서 수많은 시간과 낙심의 과정을 거친 이들의 질문은 비슷한 것이다. 그 질문의 첫번째 답은 응대질문 안에 있다.

“어떤 집을 사고 싶으세요? 살 집을 보나요, 아니면 투자용 집을 보나요?”살 집과 투자용 집은 완벽히 다르다.

원하는 집에서 투자용으로 수익까지 완벽하게 예상되는 집은 항상 우리의 예산과 상충하니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살고 싶은 집을 고를 예산이 충분하면 세가지 항목만 남겨라. 그리고 나머지 항목을 완벽히 포기하면 원하는 집을 구하는 게 불가능은 아니다.

원하는 항목 수와 우리 은행잔액이 반비례함을 상기하자. 그러나 여기 SF Bay Area에서 원하는 집을 호탕하게 구매할 사람은 별로 없다. 비슷한 연봉 수준에 비슷한 종류의 회사에 다니는 이곳 사람들에게 내가 살고 싶은 집은 곧 남도 살고 싶은 집이고 그럼 턱없이 비싼 집이다.

그러므로 두번째 ‘내가 원하는 집을 향후 구매할 수 있게 만들 종잣돈용 집’을 차선으로선택할 수밖에 없다.

투자용 집은 로케이션이 두 번째다. 첫째 항목은 ‘잘생긴 집’을 봐야 한다. 잘생긴 집은 주인의 손길과 적절한 보수를 하지 않아 낡거나 형편없이 촌스러워도 그 안에 가능성을 뭉텅뭉텅 숨기고 있는 집이다.

전신성형이 필요한 집이 아니라 시술이 가능한 집이 잘생긴 집이다. 구도에 조잡함이 없고 기초가 튼튼한 집이 차선의 동네에 위치한다면 사야 한다.

그 잘생긴 집을 찾는 나는 압구정 길거리에서 연예인을 캐스팅하는 기획사의 직원처럼 눈에 불을 켜게 된다. 그럼 두 번째 항목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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