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티나 김 ㅣ 전통음식과 이웃

2015-08-2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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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해 보이고 상냥한 미소를 지닌 Kay라는 백인의 중년 부인이 이웃에 살았다. 가끔 마주칠 때 목례를 나누는 정도였다. 3년 전 일이다. 쌩스기빙데이를 맞아 Kay에게 선물을 보내고 싶었다.

이왕 한국 전통 음식을 선물할 생각으로 약식을 만들어 예쁘게 포장해 그녀를 찾아갔다. 처음 한국음식을 접한 그녀가 내 면전에서 의외의 행동을 했다. 이것이 뭐냐며 음식을 코로 가져간다.

코를 대고 음식 냄새를 맡는 것은 한국에선 매우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다. 전통 조리법으로 8시간 중탕해 만든 음식을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그녀 입장에서 생소한 음식을 불쑥 내미는 생소한 이웃의 행동에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며 스스로 위안하고 넘겼다. Kay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 됐다.

오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우리 음식에 대해 더 알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까? 기회 될 때마다 Kay에게 한국 음식을 나누어 줬다. Kay는 여전히 어색하고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날부터 변하기 시작했고 내 음식을 보면 반가워 하고 Yummy! Yummy!를 연발한다.

내 엉뚱한 행동에 익숙해진 걸까? 아니면 음식에 대한 믿음이 생긴 걸까? 무슨 상관인가 내 음식을 즐기는 팬 한명 늘었다는 것이 즐거웠다. 또 다른 이웃인 흑인 할아버지도 내 음식을 즐긴다.

그들도 나에 대해 좀더 이해하게 되고 더 친밀해졌다. 그들과는 잘 지내는 이웃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그들의 도움을 받을 줄 어찌 알았겠는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에서 전통음식 사진전을 요청받고,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소중한 문화로 우리 전통 음식을 소개할까? 고민이 됐다.

그때 남편이 Kay와 옆집 할아버지에게 사진전 모델이 돼 달라 부탁하자고 했다. 조심스럽게 우리 계획을 설명했을 때, 두사람 다 기꺼이 응해줬다. 특히 Kay는 자기는 한국음식 팬이라며 내 음식을 들고 멋진 포즈를 취하며 자기 일처럼 반가워 하고 촬영을 즐겨 작업을 쉽게 마칠 수 있었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평소 한국 전통음식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멋진 문화라는 생각을 사진전을 통해 전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좋은 이웃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실을 이번 기회에 확인할 수 있었다. Kay는 그날 샌프란까지 직접 찾아와 우리를 축하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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