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티나 김 ㅣ 육포의 과학

2015-08-13 (목) 12:00:00
크게 작게
미국은 모든 것이 넘친다. 자연도 사람도 음식도 넘친다. 그 넘치는 것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육포다. 어느 마트를 가든 다양한 육포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런데 내게 있어 미국 육포는 많이 짜다. 맛이 강하다. 성인이 된 후로는 그 강한 맛 때문에 미국 육포는 잘 먹지 않게 된다. 요리를 하는 입장에서 “왜 이렇게 많은 거지?” “왜 이렇게 짠 거지?”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미국에서 다양한 육포를 보며 혼자 짐작해 본다. 육식을 하는 서양은 전장에 나갈 때 이 육포가 중요한 식량 대체품 이었을 거다. 그러니 양념을 강하게 해 저장성을 높이고 신속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을 게다. 그래선지 미국 육포는 야생의 맛이 느껴진다.


반면 우리 전통 육포는 궁중 행사나 양가의 결혼에서 폐백음식 중 으뜸으로 아주 귀하고 특별한 음식으로 여겼다. 농경사회였으니 당연한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우리 전통육포는 모양을 중요히 여겨 최상품은 소고기의 홍두깨살을 얇게 포를 떠 사용한다. 기름기가 없고 육질이 고르며 나뭇잎 모양의 길쭉한 형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전통 육포는 육고기 속의 이물질을 완전히 제거해야 제 맛을 내기에 두께가 아주 중요하다그러면 우리 조상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우리 조상들은 육포 제조 시 삼투압의 원리를 이용했다. 즉 비중이 높은 용액을 이용해 육고기 속에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으로 양념이 스며들게 하는 과학적 원리를 그 옛날부터 이용해 왔다. 필자가 우리 전통 육포를 재현할 때마다 새삼 감탄하는 이유도 이런 조상의 과학적인 지혜 때문이다.

학창시절 무심코 배웠던 삼투압이 전통음식 재현의 중요한 원리라고 생각할 때면 그 시절 해맑던 친구들이 생각나 혼자서 미소를 짓곤 한다. 고등학교 시절 철없이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과학실에서 삼투압 실험을 하던 기억에 다들 열심히 살고 있을 친구들 생각이 그립다.

나의 육포를 맛 본 지인들이 육포에서 어떻게 갈비 맛이 나냐고 그 맛을 즐길 때, 또 외국인 친구들도 우리 전통 육포는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고 깔끔한 맛에 감탄할 때 우리 전통 육포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

이번 8월15일 ‘SF한국의 날 문화행사’ 폐백행사 시연 때 육포를 전통의 장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날 우리 전통 문화가 미국의 다양한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