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영(전 언론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일행의 ‘큰절외교’는 남에게 나라의 국방을 맡기고 70년 동안 불안 속에 살아오며 굳어진 사대근성의 표출이라 하겠다.
얼마 전 서울에서 일어난 주한미국대사 피습사건때도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인사들의 낯 뜨거운 사대주의 행태가 세상의 웃음꺼리로 되고 나라와 민족의 체면을 구겨놓았다.
조선조말 왕을 비롯한 통치계층의 사대주의와 외세의존이 500년 역사의 조선왕조를 망하게 하였다고 배운 역사의식을 지닌 세대들은 집권여당 당수인 김 씨의 이번 행태를 보면서 나라의 장래운명을 새삼 걱정하고 있다.
김무성 씨의 이번 워싱턴 행보는 정당외교를 표방하면서 한국의 역대 대통령이 집권 전 관례대로 미국을 찾아 동맹의 의리를 서약하였던 통과의례로 보여진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과’ 라는 의리와 실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박근혜 정권보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갔다.
방미 첫날부터 ‘한미 동맹 넘버원’을 외치며 1대에 1억 달러가 넘는 F22 랩터 전투기도 얼마든지 사들이겠다고 호기를 부리며 미국조야에 친미사대주의자임을 과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불리한 지정학적 조건에서 조선왕조가 병자호란 때 겪은 시련은 많은 교훈이 된다. 명·청이 교체되는 대륙의 정세에서 국가 이익보다 대명사대에 일관했던 조선조정은 그 후 득세한 청에게 혹독한 보복을 당했다. 스스로 나라를 지키는 자주국방을 소홀히 했다가 겪게 되는 민족수난의 역사는 임진왜란에서 절정에 이른다.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을 극화한 인기 드라마에서도 보여주듯 왜적의 침략을 막지 못해 강산은 피로 물들고 백성은 도처에서 도륙을 당한다. 혼자만 살겠다고 궁궐을 빠져나와 도망가던 임금 선조는 명나라 원군을 만나자 감격한 나머지 군 지휘권을 명군사령관에게 통째로 넘긴다. 그 후 겪게 되는 온갖 불이익과 수모 드라마는 생생하게 보여주며 튼튼한 국방과 자주권 수호만이 민족의 생존을 담보하고 국가의 안위도 지켜준다는 귀중한 교훈을 준다.
6.25때 서울을 버리고 경무대를 몰래 빠져나온 이승만대통령은 북한군 추격이 두려워 한강다리를 폭파하고 피난 남행열차에서 맥아더 사령관에게 편지로 국군의 작전 지휘권을 통째로 넘긴다.
국방주권 없는 한국은 그 후 70년 동안 혹여 미군이 철수하여 버림받지는 않을까 불안 속에 전전긍긍, 앞으로도 끊임없이 불이익을 감수하며 고비마다 미국에 큰절을 올려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