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천이 달라서 그렇지 공산주의 이론만큼 이상적인 이념이 어디 있을까?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누리고 잘난 사람 못난 사람 없이 무시하는 자도 무시당하는 자도 없는 세상, 바로 천국 같이 행복할 줄 알았던 이론.
그러나 내 노력보다 더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실망과 양의 탈을 쓴 늑대 지도자들의 허실 때문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의 약점이 있다. 내가 대학에 들어간 시절 명문 고등학교 출신들이 처음에는 자기들끼리만 뭉쳐 노는 바람에 이류 삼류 고등학교와 지방에서 올라온 출신들은 귀족과 평민처럼 우열감이 조성되는 분위기를 느꼈다.
또 내 자녀들 세대에도 강남권과 강북권으로 나뉘어 빈부를 느끼는 사회 모순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금도 재벌 자녀들과 가난한 서민 자녀들의 삶의 차이는 상상도 못할 만큼 거리가 벌어져 있다. 그러니 자본주의도 이상적이 아니다. 그러면 어떤 것이 가장 좋은 이념일까?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평생을 고민하며 살아온 내 세대에 명해답 같은 정보가 등장했다. 학벌의 평준화, 인물의 평준화, 재물의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희소식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정보통신에 의하면 50대는 미모의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60대는 지성의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70대는 물질의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80대는 목숨의 평준화가 이루어진다는 위로되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즉 모든 것은 조금씩 변해 간다는 것이다.
30대까지는 세상의 모든 것이 불공평하고 사람마다 높은 산과 낮은 계곡처럼 차이가 나지만 나이가 들면서 산은 낮아지고 계곡은 높아져 이런 일 저런 일 모두가 비슷해진다는 것이다.
많이 가진 자의 즐거움이 적게 가진 자의 기쁨에 못 미치고 많이 아는 자의 만족이 못 배운 사람의 감사에 못 미치고 하여 이렇게 저렇게 빼고 더하다 보면 마지막 계산은 비슷비슷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가 닮아간다는 것이다. 우리가 교만하거나 자랑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위로되는 환상적인 이론인가? 정말 나는 이 이념이 이론과 실제가 같아서 우리 삶의 모순이 끝나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쥐꼬리만큼 남은 내 여생에 물질의 많고 적음을 초월해서 무소유의 참 평화, 유식과 무식의 차이를 초월해서 머리 굴리지 않아도 되는 참 자유를 누리고 살다 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