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변소연 ㅣ집의 의미

2015-06-2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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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세 가지 기본 요소이다. 여기서 말하는 주, 즉 집이란, 생존을 위한 개념으로 몸을 따뜻하게 녹일 수 있고 허리 펴고 편히 누워 잘 수 있는 그런 물질적인 공간을 의미한다. 생존을 걱정하지 않을 만큼의 경제적 자유가 생기게 되면 사람은 추가적인 소비를 할 대상을 찾는다. 어떤 사람은 좋은 옷을 사는데 돈을 쓸 것이고 어떤 사람은 자동차, 음식, 또는 여행 등에 투자할 것이다. 각자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소비 대상도 달라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집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나는 집 내부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 가난한 동네이면 좀 어떻고 아파트가 조금 오래됐으면 뭐가 어떤가. 내가 먹고 자는 집 내부가 깨끗하고 예쁘게 꾸며진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밖에서 힘든 하루를 보내고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왔을 때 나에게 꼭 맞게 꾸며진 아늑한 공간에서 쉬는 것만으로도 나는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느낌을 받는다.

요즘은 인테리어도 DIY(Do It Yourself) 시대이다. 예전에는 장판과 벽지를 바꾸는 것은 물론 가구를 바꾸는 것도 개인이 혼자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바일로 실시간 인테리어 정보를 공유하고 손쉽게 가구도 주문하는 시대가 됐다. 나는 특히 서울이나 샌프란시스코와 같이 하루가 멀다 하고 렌트비가 치솟는 비싼 땅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러한 트렌드가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요즘은 자취하는 학생들이나 신혼부부들이 직접 집을 디자인하고 발품 팔아 가구를 사서 인테리어를 하는 소식들을 나는 거의 매일 모바일로 접하고 있다. 저렴한 비용도 비용이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닮은 집을 만들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만큼 집에 대한 애착도 많이 갖는 것 같아 나까지 덩달아 기쁘다.

예전에는 바깥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익숙하고 편했지만 지금은 친한 친구들은 종종 집으로 데려온다. 언제 또 이 집을 떠야 할지 알 수 없는 유학생이기에 지금은 작은 월세방에 살고 원하는 만큼 예쁜 가구를 들여놓을 수도 없지만, 그래도 멀지 않은 미래에 나 닮은 집에 정착해서 털 복실복실하고 덩치 큰 강아지 한 마리 데리고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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