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단체 ‘엘로힘’ 교계에 공문발송, 논란 일어
교회 안에서 불려지는 찬양곡에 대한 저작권료 지불 시비가 미주에서 불거지면서 워싱턴 지역 한인교회들이 창작자의 권리 존중에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CCM 작가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목적을 내세우는 단체가 최근 고액의 벌금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며 교회에 위협적인 편지를 보낸 사례는 온당치 않다며 제도적인 장치 마련과 한인 교계를 대상으로 한 홍보와 계몽이 먼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서부지역의 다수 한인교회들은 얼마 전 저작권 관리 단체 ‘엘로힘 EDF USA(회장 차종연)‘로부터 자사 소속의 찬양곡을 사용할 시 저작권료를 내야 하며 위반할 경우 최고 15만달러까지 벌금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지금까지 별 생각 없이 예배나 소그룹 모임, 수양회 등에서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 찬양곡을 불러왔던 한인교회들이 화들짝 놀란 것은 불문가지. 이후 한인교회들은 엘로힘이 어떤 단체이며, 또 어떻게 해야 합법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찬양곡을 부를 수 있는지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을 떨어야 했다.
논란이 커지자 엘로힘의 차종연 회장은 “엘로힘은 한국 작품 위주의 기독교음악권리출판사”라고 소개하며 “엘로힘이 다른 저작권 단체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단체로 오해가 됐다”고 해명했다.
즉 엘로힘이 7천1명 이상 1만명 이하의 교회에 1년 사용료로 3만5,000달러를 요구하는 반면 다른 단체인 CCLI는 765달러에 지나지 않아 40배나 많다는 지적은 잘못 비교한 것이라는 주장. CCLI도 수양회, 이벤트, CD 제작 등 각 항목별 사용료를 합치면 비슷한 액수일 것으로 엘로힘 측은 보고 있다. 그러나 1년 연회비만 보면 교인이 1,000명일 경우 CCLI는 466달러, 엘로힘 CMP는 7,000달러다.
미국에서 시작된 CCLI는 최근 한국에 지사를 설치해 약 3,000곡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엘로힘은 10여명이 채 안되는 CCM 작곡자의 노래들을 관리하고 있어 한인교계에는 비교적 낯선 단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CCM 저작권 관리 회사들의 터무니없어 보이는 저작권료 징수와 더불어 한인교회들도 당연히 저작권을 지불하고 신앙적인 창작 음악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식이 아직도 희박하다는 점. 그나마 중대형 교회들은 시스템이 마련돼 법적 테두리 내에서 CCM 음악을 사용하는 추세가 증가하고 있으나 소형 교회들은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데다 ‘큰 비용을 내야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 때문에 무시할 때가 많은 형편이다.
한 CCM 음악인은 “저작권료 지불은 관련 종사자들의 권익 보호와 창작 의욕 증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나 무리하게 밀어붙일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워싱턴에서도 교회 대상 세미나 등으로 인식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