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리(교무/ 리치필드 팍)
‘맑고 밝고 훈훈하게’ 나는 이 법문을 참 좋아한다. “이렇게 쉬운 문구가 무슨 법문이야?” 하실 분들이 혹 계실지 모르지만 그 뜻을 알고 보면 나의 뜻에 공감하여 주시지 않을까?
1994년, 원기 79년, 내가 원불교 교무가 되기 위한 교육과정을 마무리하고 출가식을 한 달 정도 앞둔 시기에 원불교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큰 일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대사식’이었다.
대사식[戴謝式]은 종법사의 취임을 축하하고 퇴임을 사례하는 의례인데 신ㆍ구 종법사의 취임과 퇴임이 동시에 거행될 경우에만 있게 되고 원불교에서는 법통의 공전과 민주적 종권이양의 상징적인 행사인데 그동안은 취임식만 이어지다가 내가 출가식을 하던 그 해에 처음으로 대사식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 대사식에서 종법사로 취임한 좌산 이광정 종법사의 취임법문이 바로 ‘맑고 밝고 훈훈하게’였다.
첫째는 우리의 표정이 천진무구하면 맑고, 집착 없이 솔직하면 밝고, 인정스러우면 훈훈하다. 그러니 우리 표정을 맑고 밝고 훈훈하게 가꾸자 하셨다.
둘째는 우리의 인격이 탐진치 삼독으로 오염되지 않으면 맑고(수양, 정), 진리를 연마하여 깨달으면 밝고(연구, 혜), 자비와 은혜가 충만하면 훈훈하다.(취사, 보은, 계) 그러니 우리의 인격을 맑고 밝고 훈훈하게 가꾸자.
셋째는 우리의 사회 환경이 부정과 비리로 오염되지 않으면 맑고, 정의와 합리가 구석구석에 정착되면 밝고 훈훈해질 것이니 사회 환경을 그렇게 가꾸자.
넷째는 우리의 자연환경은 오염을 시키지 않으면 맑고, 자연을 파괴시키지 않고 조화와 균형이 정착되면 밝고, 자연의 은혜를 가득히 느끼고 활용하면 훈훈하다. 그러니 자연환경을 그렇게 가꾸자 하시며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들마다 인격들마다 그리고 사회 환경과 자연환경 모두가 맑고 밝고 훈훈해지면 이 세상은 살기 좋은 세상으로 변화될 것이라 하신 법문이다.
이 법문은 내용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실천방향도 확실하고 법문의 표제어도 아름답고 명확하여서 출가생활 내내 삶의 지침으로 삼으며 공부하고 있는 법문이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편지글이나 대중과 함께하는 기도문이나 개인 기도문에도 종종 ‘맑고 밝고 훈훈하게’를 많이 활용하며 염원하고 있다.
오늘도 인연 있는 어린 아이가 생일을 맞아 유치원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석하진 못했지만 그 아이를 위해 염원의 기도를 올렸다. 맑고 밝고 훈훈한 사람으로 자라나 가정과 사회, 국가, 세상에 유익 주는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말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 안에는 누구나 본래 맑고 밝고 훈훈한 세 가지 씨앗을 다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씨앗들을 잘 발견하여 가꾸어 나가면 참 좋겠다. 맑고 밝고 훈훈한 나를 위하여! 그리고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