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호(퇴역 해병장교)
지난 6월4일 워싱턴의 중량급 언론매체 워싱턴 포스트가 게재한 서울 강남지역의 플라스틱(plastic) 성형외과의 현실을 전하는 내용을 보면, 한국은 전쟁전후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경제수준 이하의 극빈 국에서 일약 현대의 부국으로 등장하여 세계 제14위의 부를 형성한 소위 졸부 국가가 되었다고 한다. 불과 한세대 절반의 세월이 지나기 전에 기고만장한 기세로 철모르는 형국으로 분망하고 있다고 풍자 한다.
지구상 플라스틱 성형수술의 수도라 할 만한 서울 강남지역의 성형외과들은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고층건물 하나에 의사 300여 명, 전문 상담역, 그리고 호화판 입원실이 들어서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한국에서 성형 시술을 받는 남녀가 20%라고 하니 미국의 성형자 5%와 비교하면 가히 비교도 되지 않는 통계다. 과연 한국인들은 경제력에 맞는 수준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일까?
막대한 전쟁의 배상 책임을 짊어지고 일어선 독일이나 일본의 성장배경을 살펴보면, 우리는 작은 물고기 하나를 낚고 너무나 요란한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자칫 이웃 힘 있는 나라들이 자신들의 공으로 우리가 치부하게 된 것이라고 비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미국은 과연 불행의 역사를 지닌 우리 한민족과 정말 진정어린 혈맹의 관계일까. 역사적 사실을 곱씹어보며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차분한 태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 보인다. 참담했던 우리 민족의 상처를 그린 영화 ‘국제시장’ 을 미국 정객들이 의사당에 모여 감상하였다고 한다.
그 당시 세대는 선택의 여지없이 남행수송선에 몸을 실어야 했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부모형제 죽음마저 방치하며 탈출해야 했던 민족의 참상을 그들의 시선으로 똑똑히 보았다. 이제 우리민족의 분명한 주소는 처참하게 살아남은 한민족의 후예라는 점이다.
한국이 잘 산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너무 일찍 잔치를 하며 들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 많은 물질적 탐욕과 사치에 북한과 여전히 적대적으로 있다는 현실감조차 잊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6.25동란 65주년을 앞두고 모두가 냉철하게 한 많은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