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이문자 ㅣ 카톡

2015-06-08 (월) 12:00:00
크게 작게
이년 전만 해도 카톡이 무엇인지 몰랐다. 한국에서 다니러 온 막내딸이 핸드폰을 두손으로 움켜쥐고 나하고 말 길게 할 사이도 없이 번개처럼 빠르게 계속 타이핑을 해대는 걸 보고 아마 업무가 굉장히 바쁜가 보다 생각했다.

큰 사위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삼성 태블릿을 사주는 바람에 카톡을 알게 된 나는 마치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해서 온세상이 밝아진 것처럼 카맹을 탈출해서 세상 정보에 밝아지게 됐다 아직도 내 또래에 카톡을 하는 인구는 얼마되지 않는다.

세상 정보에 눈뜬 내가 아무리 권해도, 이걸 모르면 시골 외지에 혼자 사는 것처럼 캄캄 절벽세상이라고 속이 터져라고 설득을 해도 이대로 편하게 살겠다고 끄덕도 하지 않는다.


옛날 조선말 사람들이 어떻게 상투를 자르고 살겠냐는 식이다. 젊은이들과 자녀들이 날마다 보내주는 카톡은 인터넷보다 훨씬 쉽게 더 넓게 세상과 지식 정보를 빠르게 전달해준다.

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져 한국에 가야만 만날 수 있고 만나도 잠시 얼굴보고 말던 형제 친척 친구들과 마주앉아 있는 것처럼 아무 부담없이 한없는 대화를 할 수 있으니 어찌 이런 세상이 왔단 말인가. 그리고 나의 한계로는 볼 수 없는 음악회, 서커스, 마술, 희귀한 꽃들, 미술품, 발레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세상 구석구석으로 데리고 다닌다.

자기가 짓지 아니한 멋진 시들도 마치 자기가 지은 것처럼 전달을 통해 사랑의 고백, 우정의 고백을 마음껏 할 수 있다.

설날이면 복주머니, 보름날이면 보름달, 어버이날이면 꽃바구니, 생일날이면 생일카드 등 무궁무진이다. 제일 신나는 것은 그릅카톡이다.

가족끼리 형제끼리 온세상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안방 아랫목에 모여 앉아 발 모은 위에 담요 덥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과 같다. 최신식 줄임말에다 상상도 못할 적절하고 기발한 이모티콘 하나씩 가미해가며 하는 이 재미는 뼛속까지 웃기는 별나라 행복이다.

전에는 손자 손녀 생일선물 보낼 때 대충 알아서 보내던 것이 카톡으로 대충 설명된 것들을 백화점에서 몇개씩 사진찍어 보내면 일분도 안돼서 당첨된 것이 되돌아온다.

한국에서 미국 상품 몇분도 안돼서 결정하고 사서 보내는 세상… 태블릿 일년만에 갤럭시 S5로 바꾼다는 막내딸이 하던 것처럼 두손으로 움켜쥐고 느리지만 독수리 타법으로 하고 싶은 말 다 찍어가며 산다. 요새는 하루가 “카톡왔어”로 시작해서 “카톡왔어”로 마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