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어느 유명화가의 소원은 자신의 전람회장에서 실내악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수소문 끝에 마침 독주회를 준비하는 피아니스트가 리허설 겸 전시장이 마음에 들어 선뜻 연주를 자청하였다.
화가는 물론 “전람회의 그림” 이란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미술을 감상하는 사람들도 전시회장 이라는 공간이 음악과 더불어 예술의 공간으로 넓혀짐을 만족해했다.
개회식 날만 하기로 한 연주가 앙콜 공연으로 이어져 다시 폐회식 날에도 연주를 하여 두 예술가가 다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이곳 샌프란시스코에도 전망이 좋기로 유명한 “Legion of Honor” 박물관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 큰 홀에 몇 개의 조각품들과 함께 오르간이 보인다. 가끔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오르간연주는 물론 실내악 연주가 있다. 음악가들이 뮤지엄에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고 청중에게도 행복을 나누어 주는 일일 것이다.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람회의 그림” 이라는 제목이 친근할 것 같다. 그 주제곡이 피아노로도 유명하며 트럼펫의 찬란한 팡파레로 번쩍번쩍 빛이 나는 것 같은 소리도 귀에 익숙할 것 같다. 원래는 무소르그스키가 피아노곡으로 작곡했는데 쿠세비스키의 청탁으로 모리스 라벨이 오케스트라 곡으로 “전람회의 그림”에 화려한 옷을 입히면서 더 유명해지고 더 많이 연주되고 있다.
시카고 심포니를 오랫동안 지휘했던 죠지 솔티는 두 천재가 만든 완벽한 작품으로 영원히 연주될 없어질 수 없는 자신의 연주회의 레퍼터리 라고 극찬한다. 무소르그스키의 절친 이었던 화가 Hartmann의 죽음을 애도하며 전람회에서 친구의 그림을 보고 느낀 것 과 그가 소장한 친구의 작품에서 또 그가 상상 속에 함께한 친구와의 교류를 통해 쌓은 교감으로 그는 친구와 그 자신의 전람회를 만든 것이다.
15개의 악장이 15개의 에피소드를 15개의 그림으로 꾸민 전람회이다. promenade 라는 주제를 사이사이 넣어 다음 그림으로 옮겨가며 감상하는 듯 산보, 혹은 걷는 의미의 프로므나드 라는 말을 실제로 쓰고 있어 전람회장의 비주얼을 보여준다.
그림의 에피소드마다 악기의 색깔, 리듬의 변화가 한층 더 그림을 흥미롭게 한다. 몇 가지 예로 중세풍의 옛 성을 표현하기위해 목관과 색소폰으로 메디발풍의 멜로디를 연주하게하고 발레를 하는듯한 동작의 우아한 모습이 현의 우아한 놀림으로도 이어진다.
또 튈르리 공원의 한낮의 아이들은 놀고 위험을 말리는 유모가 쫓는 듯 한풍경이 재미있게 표현되는 것이 움직이는 한 폭의 그림이다. 무덤속의 어두운 배경과 마지막장의 빼 놓을 수 없는 러시안 오서덕스 교회의 종소리, 위엄을 상징한 큰북 사이드 드럼, 여러 종류의 타악기 가장 큰 금관악기인 튜바의 크고 깊은 음색 트럼본의 장중하고 무거운 색깔 등 실제로 전람회장의 모든 그림의 색깔 배경을 선명하게 살린다.
물론 피아노 연주로도 그림마다 다르고 감칠맛 나게 표현하는 해석을 잘하는 연주를 듣는 맛도 신선하지만 오케스트라의 서로 다른 악기들의 색감이 더 리얼한 것도 사실이다.
듣는 이의 기호에 따라 피아노 연주 혹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선호할 수 있으나 쉽게 들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오케스트라 편성이다. 무소르그스키의 원 곡을 소박하게도 화려하게도 이해하며 소리로 칠하는 그림들로 예술의 향연을 벌일 수 있겠다.
현대의 음악가들이 나름대로 독특한 “소리 전람회”를 열어 보는 것도 새로운 창작의 재미일 것이다. 전람회장이 뮤직홀이 아니고 박물관의 아름다운 공간 이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연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