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아파트 인기 날로 높아지고 상한제 폐지 등 여건 개선되자 업체들 분양수익 극대화 나서
▶ 성동 분양가 한 달 새 5,000만원↑
최근 새 아파트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착한 분양가’가 사라지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우려하며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웠던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새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와 청약 1순위 자격 완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 맞물리며 시장 여건이 개선되자 업체와 조합들이 분양수익 극대화를 꾀하는 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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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분양가 상승세가 뚜렷하다. 지난달 성동구에서 분양한 ‘신금호팍자이’84㎡의 기준층 분양가는 6억8,200만원이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전인 지난 3월 성동구에 공급된 ‘왕십리3구역 센트라스’ 84㎡(8~14층·6억3,350만원)에 비해 4,850만원이나 비싸다. 각각 금호동과 상왕십리동으로 입지 차이가 있지만 같은 자치구 내에서 분양금액이 한 달 사이 5,000만원가량 오른 것이다.
지난주 모델하우스가 문을 연 서대문구 ‘이편한세상 신촌’도 마찬가지다. 북아현 1~3구역을 재개발한 이 아파트 59㎡의 분양가는 5억7,410만~5억8,850만원으로 같은 자치구 내 비슷한 입지(북아현 1~2구역)에서 지난달 분양한 ‘아현역 푸르지오’ 59㎡(5억595만~5억4,775만원)보다 4,000만원 이상 높게 책정됐다.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소형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2,321만원에 달해 올해 서울 분양단지 중 최고 수준이다.
■ 서울 이어 수도권 전반 확산
이 같은 분양가 상승세는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해 1만가구 이상 공급이 예정된 동탄2 신도시의 3.3㎡당 분양가는 지난해 970만원에서 1,133만원으로 16.8% 상승했고 용인시 역시 같은기간 1,017만원에서 1,147만원으로 12.8% 뛰었다. 함영진 부동산 114리서치센터장은 “특히 올 들어 개별 단지별로 지난해 평균 분양가를 뛰어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분양가 경쟁력을 높이기보다는 입지나 브랜드 등을 더욱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이 일반화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금천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는 김모(38)씨는 껑충 뛴 전세금에 부담을 느끼고 새 아파트 분양에 관심을 가져 왔다. 그는 지난해 독산동에 공급된 ‘롯데캐슬 골드팍 1차’의 분양가를 참고해 올해 분양한 ‘롯데캐슬 골드팍 3차’에 청약하려 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같은 59㎡임에도 1차(3억6,000만원)보다 3차(4억300만원)의 분양가가 4,000만원가량 비쌌기 때문이다. 김씨는 “입지가 더 좋아 분양가가 비싸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1년 사이에 너무 많이 올라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 아파트 분양가가 무섭게 뛰고 있는 것은 ‘비싸면 사지않는다’는 철칙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시장상황이 좋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총부채상 환비율(DTI)·주택담보 인정비율(LTV) 완화, 청약제도 개편 등 정부가 지난해부터 내놓은 각종 규제 완화 패키지에다 저금리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분양시장은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연초만 해도 분양가 인상에 대해 신중한 분위기였는데 최근에는 조금이라도 분양가를 올려 사업성을 높여보자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며 “대단지의 경우 3.3㎡당 100만원씩만 가격을 올려도 수백억원 이상 이윤 차이가 나는 만큼 입지가 좋으면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비싸면 사지 않는다’는 철칙도 깨져
부동산 업계에서는 더 이상 주변시세보다 저렴한 분양단지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의 제동장치였던 분양가 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됐고 신규 택지지정 중단으로 공공택지의 희소성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재개발 물량을 중심으로 분양가가 높아지는 추세다. 3월 성동구 ‘왕십리 3구역 센트라스’의 3.3㎡당 분양가가 1,799만~2,188만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4월 서대문구 ‘아현역 푸르지오’ 2,013만~2,270만원 ▲4월 성동구 ‘신금호팍자이’ 1,893만~2,329만원 ▲5월 서대문구 ‘이편한세상 신촌’ 1,891만~2,321만원 등 평균 2,000만원선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분양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형의 경우 지난해 서울 전체 분양가 평균(3.3㎡당 2,024만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분양가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강남권 재건축 물량 등 유망단지의 분양이 본격화할 경우 고급화 전략을 내세워 가격 동반상승을 꾀할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이미 반포·잠원동 일대에서는 3.3㎡당 분양가가 5,000만원에 달했던 ‘반포 아크로리버팍’의 성공을 참고하는 상황이고 송파구 가락시영 재건축의 분양가도 상향 조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적정가격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는 ‘청약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난에 지쳐 새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자가 과도한 대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며 “신규 분양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일수록 분양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