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양유진 ㅣ우리 집 작은 아씨들
2015-05-20 (수) 12:00:00
어릴 때 읽은 <작은 아씨들>은 내 오랜 꿈이었다. 제 각각 다른 색깔을 가진 여자들이 한 지붕 아래에 살면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사실 동화책에서 보던 것처럼 늘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인종도 문화도 서로 너무 다른 우리였기에 닮음보다는 다름이 더 빨리 인지되는 게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다름 속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며, 이해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더욱 배려하기위해 노력했다.
활기찬 뮤지컬 노래로 아침의 시작을 알리고,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친구 덕에 그 향을 담은 커피를 마시고, 다양한 미술작품들이 벽에 걸려 있고, 정열적인 스페인어 노래가 끊이질 않는 우리 집. 우리 집 작은 아씨들을 소개한다. 알람소리부터 남다른 뮤지컬과 인지심리학을 복수전공하는 내 룸메이트 덕분에 나 역시 한 학기에 두 번 이상은 꼭 뮤지컬 공연을 본다. 한 학기동안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에 이 친구의 공연은 그 어떤 브로드웨이 공연보다 값지게 느껴지며 내 경험의 폭을 넓혀준다. 생물학과 미술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베트남 친구는 한 학기동안 제출한 미술작품들을 집으로 가져와서 거실은 갤러리 못지않게 럭셔리하고 교양있는 분위기로 꾸며준다. 뚝딱뚝딱 못질을 하며 커튼을 척척 달아주는 우리 집의 맥가이버는 열정적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멕시코 친구이다. 커다란 뿔테안경을 끼고 책 속 에 파묻혀 지낼 거 같은 법학전공생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버리고 음주가무에 능하다. 기숙사에서 터 룸메였던 앤해서웨이를 닮은 마지막 친구는 그 어떤 주제로도 깊이있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친구이다.
다르기 때문에 나에게 없는 점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매 주마다 가족회의를 열어 불편한 사항을 조절해 가고 집안일을 나누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어울리는 법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고 다름을 통해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 가장 값진 경헝이다. 공동체 생활이다보니 집안일도 다섯 배지만, 그 만큼 칭찬도, 위로도, 응원도 다섯배다. 나를 맞아주는 사람도 다섯 명, 에세이를 쓰다가 수정이 필요할때면 언제든지 물어볼 수 있는 개인가정교사가 다섯 명. 피가 아닌 그간 쌓인 서로에 대한 신뢰와 배려에서 끈끈하게 연결된 자매 같은 우리 가족. 오늘도 우리만의 드라마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