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변소연ㅣ행동옮김증
2015-05-15 (금) 12:00:00
한 나라의 음악차트를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관심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요이든 인디음악이든 사랑과 이별에 대한 노래가 유독 많다. 작사 작곡가들뿐만 아니라 음악을 찾는 사람들도 그만큼 호소력 짙은 스토리에 더 많이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며 감정을 뱉어내는 것에 꽤나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감정지수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 대표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첫 테스트 마켓으로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많은 심리학자들과 함께 조사를 해본 결과 한국인이 가장 감정이 풍부한 민족이라는 결론이 났다고 했다. 대표를 포함 전 직원이 미국인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의 연구결과가 타당한 결과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의 생각, 감정 그리고 행동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이별 노래를 들으면 예전 사랑했던 사람을 ‘생각’할 것이고 그것은 슬픈 ‘감정’을 증폭할 수 있다. 슬픈 ‘감정’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생각과 감정이 깊고 다양할수록 행동을 통제하는 것은 조금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감정선이 복잡하거나 생각이 많은 사람은 막상 중요한 행동을 실행해야 할 때 버퍼링이 걸린다. 나는 종종 나를 포함한 많은 한국 사람들이 좀더 단순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끊임없이 생각과 감정을 비워내는 연습을 통해서만 이 가능하다.
나는 현재 머리와 마음을 단순하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루 중 너무 많은 시간이 불필요한 생각과 감정으로 소비되어 정작 중요한 것들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것을 깨닫고 시작한 연습이다. 생각해보면 아침에 기상하는 것과 같은 사소한 행동들에서부터 쉽게 브레이크가 걸린다. 오늘 아침에도 알람이 울림과 동시에 어김없이 ‘3분만 더 자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때 같았으면 침대에서 한참을 어기적댔겠지만 오늘은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몸을 튕기다시피 일어나 샤워기를 틀었다. 실행에 여지를 주는 것들은 최대한 무시하려고 애쓰다 보니 생각보다 하루가 훨씬 알차게 흘러갔다. “행동 옮김증”. 그것은 복잡하고 시끄러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강한 삶의 중요한 열쇠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