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김판겸 기자 ㅣ “꽃으로라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2015-05-0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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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하루 전인 5월4일 일면식도 없는 한 아이 어머니로부터 ‘알리고 싶어요’라고 쓰인 이메일 한통을 받았다.

내용은 이랬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교회 부속 한국학교에서 3살 난 여자아이와 5살 남자아이가 교사에게 뺨을 맞았다는 충격적 내용이었다. 더욱 놀라운 건 뺨을 때린 교사가 그 교회 담임목사의 ‘사모’라는 것이었다.

기자에게 이메일을 쓴 건 3살 난 아이의 어머니였다. 짧게 쓴 글에는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의 떨림과 분노, 슬픔, 아이가 겪었을 충격이 그대로 전해왔다. 그는 ‘이것이 교회에서 사모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인가요? 정말 알리고 싶은데 도와주세요’라고 적었다.


그리고 어린이날인 5월5일 피해 아동의 집에서 모녀를 만났다. 3살 난 여자아이는 또래 보다 작고 왜소했다. 문득 이렇게 작은 체구의 아이가 뺨을 맞을 만한 큰 잘못이 과연 무엇일까 알고 싶어졌다.

수돗가에서 물장난을 중단하라는 말을 듣지 않은데 대해 격분해 이루어진 일이었다. 아이에게 물었다. “선생님이 때렸어?, 어디?” 똑같은 질문을 수차례 반복하자 아이는 손으로 자신의 뺨을 가리키며 때리는 시늉을 했다. 그리곤 “얼굴 때렸어. 울었어.”라는 대답했다.

샛별이 어머니는 울기 시작했다. 이미 몇날며칠을 울고 또 울어 초췌해진 얼굴이었는데 샛별이 어머니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4월26일(일) 이 일이 일어났고, 이날부터 아이가 계속 사모한테 맞았다고 했는데 믿지 않았어요. 근데 삼일 동안 계속 그러니까...”그러곤 말을 잇지 못했다.

아이가 말한 사실을 믿지 못한 게 못내 가슴 아픈 듯 또 샛별이를 보고 울었다. 그렇게 나흘이 지나가고 지난 30일 오후 사모와의 일상적인 전화 통화를 나눈 후 그는 “아이가 때렸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실이냐”고 물었고, 사모는 “맞다”고 말했다.

샛별이 어머니는 그날 하늘이 자신의 머리위에서 무너지는 걸 경험했다. 그렇게 믿고 따르던 사모였고, 교회였다. 교회 봉사부장으로 밥 짓는 일도 마다않고 봉사했다. 남편도 일요일이면 교회 노인들 픽업을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샛별 어머니와 3년 반 가량 이 교회에서 봉사했던 또 다른 피해 남자아이의 부모도 이 교회를 떠나기로 했다.

샛별이 어머니는 이 사실을 감추고 태연하게 행동했던 사모와 이 사실을 알았다는 목사에게 환멸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일부 교인들은 합심해 사건을 감추는 데만 급급한 모습에서도 하나님의 사랑도 교리도 사라진지 오래였다고 털어놨다. 결국 사건이 일파만파 커질 기미가 보이자 목사와 사모 등은 피해가 드러난 지 7일 만에 집에 찾아와 사과했다.

누가 있든 없든 간에 집으로 바로 달려와 무릎 꿇고 사과해도 용서가 힘든 마당에 전화나 카톡, 이메일로 사과하는 안일한 모습을 보였다. 정식 대면한 사과도 피해자 측이 먼저 약속을 잡고야 이루어졌다. 하지만 정작 뺨을 맞은 샛별이의 얼굴을 어루만져 주진 않았다.

생채기가 난 가슴도 어루만져 주지 못했다. 소문을 막으려는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모녀는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억울한 마음에 기자를 찾았던 샛별이 어머니는 이들을 용서하기로 했다. “힘들지만 다 덮으려고 한다”며 또 눈물을 보였다. 샛별이 어머니는 이들을 힘들게 용서했지만 하늘은, 하나님은 이들을 어떻게 용서하실까. 아마 이렇게 말하시지 않을까. “꽃으로라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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