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카밀 정 ㅣ내게 찾아온 또다른 지진
2015-05-01 (금) 12:00:00
얼마전 어느 공공기관 주최 지진 대비 모임에 참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지진의 심각성을 느낄 만큼 경험한 적이 없어서 알아두면 좋은 정보일 것 같아 경청했다. 그런데 며칠 전, 네팔에서 엄청난 지진 피해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에베레스트산 눈사태로 인도, 중국, 티벳 지역까지 모두 사오천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934년 이후 네팔 역사상 가장 큰 피해로 알려졌다.
내가 살던 지역의 상당수 건물이 파괴돼 잘 집과 마실 물, 약품이 없다면 어떤 심정일까? 7, 8년전 아이들과 외식하던 중 별로 기분 좋지않은 흔들림을 느낀 적이 있다. 겁부터 나서 외국 출장중인 남편에게 전화하려고 했더니 아이들이 만류했다. 당황하지 않고 냉정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이 한편 기특하기도 했지만 왠지 가까운 사람에게 알려야 할 것 같은 불안함이 엄습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아이들과 함께 있으니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 자그마한 흔들림에도 나는 그리 겁이 났는데 엄청난 지진으로 본인의 집과 동네의 길이 무너지고 아이나 부모를 잃고 먹을것도 마실것도 없을 네팔 주민들을 생각하니 그 뉴스가 남이야기 같이 들리지 않았다. 한국 정부를 포함한 10개 이상의 나라가 구조대와 물품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워낙 많아 턱없이 모자란 상태이다.
인권단체와 비영리단체 봉사자와 전화통화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보자고 했다. 어느 단체는 아이들이 불안해할테니 안정시키며 교육도 시킬 수 있는 자들을 보내야겠다 하고 어느그룹은 제약회사 사장이 보드멤버이니 약을 구해 보내야겠다 했다. 어느 수녀님 그룹은 묵주를 만들어 보내줄거라 하고, 어느 학생단체는 기타치며 노래할 대학생팀이 도울 길을 찾고 있다 했다.
이번 지진피해 소식은 왠지 다른 어느때보다도 심각하게 피부로 와닿았다. 네팔의 대지진으로 인해 모든것이 풍비박산이 되고 낙심과 두려움, 절망감에 우두커니 눈에 촛점도 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이 남이 아닌 내가 될 수 있다 생각하니 이쪽저쪽 연락해보게 된다. 구원의 손길을 뻐치려는 이들과 통화하다보니 가슴이 따듯해지며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재앙이지만 이번에 내게 다가온 간접 지진으로 인해 내가 바뀌고 여러사람이 단합되고 여러 나라가 하나로 움직이는 느낌을 받고 또다시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