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익감소 은행들 재구입자 잡아야
▶ 주택시장·경제 회복에 긍정적 요인
[부메랑 바이어 증가]
주택 차압 후 재구입에 나서는 부메랑 바이어가 올해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차압 기록이 사라지고 크레딧 점수가 개선돼 주택 구입대출에 전혀 문제가 없는 잠재 주택 구입자들이 수십만명씩 늘기 시작했다. 주택시장 수요에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아직 모기지 대출을 받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지난해 모기지 대출 신청 감소로 수익이 떨어진 대출 은행권이 올해부터 부메랑 바이어 대상 모기지 대출 규모를 늘려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월스트릿 저널이 지난해부터 거세지고 있는 부메랑 바이어 주택 재구입 열풍을 진단했다.
■ 차압 6년 후 재구입 성공
주택 건설업체 매니저 릭 르블랑(46)은 지난해 주택 구입에 성공했다. 르블랑은 새로 직장을 얻은 플로리다 세인트 어거스틴 비치 지역에 침실 4개짜리 랜치스타일 주택을 장만했는데 이번이 첫 번째 주택 구입은 아니다. 약 6년전쯤 미시간주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던 그는2007년 금융위기 여파로 월급이 하루아침에 20%나 인하됐다.
소득 감소로 모기지 페이먼트 납부가 산더미같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플로리다주의 업체로부터 좋은 조건의 고용 제안이 왔지만 집을 처분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게 됐다. 결국 이듬해 2008년 유리한 고용기회를 포기할 수 없어 정든 집을 아쉽지만 차압으로 처분하기로 했다.
주택을 차압당한 지 6년째 되던 지난해 르블랑은 드디어 내 집 마련에 다시 성공했다. 주택 차압기록 때문에 그동안 차량 할부 구입도 막히고 크레딧카드 발급도 거절되는 등 뼈아픈 교훈을 얻기도 했다. 그는 신용구입이 거절되자 각종 생활비용을 주로 현금으로 지불하면서 빚 없는 생활을 6년간 이어 왔다.
6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인 지난해 크레딧 기록이 상당히 좋아졌음을 알게 된 르블랑은 다시 주택 구입에 도전한 끝에 약 30만달러의 모기지 대출을 이자율 약 4.4%(30년 만기)라는 좋은 조건으로 얻어 다시 홈오너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 차압 후 재구입 자격자 올해 말까지 100만명
주택시장 침체 후 정든 집을 차압당한 경우는 르블랑만이 아니다.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주택 차압으로 집을 잃은 가구는 약 500만가구로 추산되는데 이들 중 차압시기가 이른 경우는 지난해부터 크레딧 점수가 개선되는 등 주택 구입조건을 다시 갖추게 됐다.
차압기록을 포함, 크레딧과 관련된 부정적인 사항은 대개 7년 이내에 크레딧 리포트 상에서 삭제된다. 2007년 차압을 당한 경우 이미 차압기록이 사라져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크레딧기록을 지난해부터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2007년 이후 차압을 당한 주택 소유주 중 차압기록이 삭제된 소유주는 지난해부터 수십만명씩 증가하고 있는데 주택구입 수요 증가요인이다. 개인 신용평가기관 ‘페어아이삭’ (FICO)에 따르면 크레딧 리포트상에 2007년 10월~2008년10월 차압기록이 기재된 신용자는 약 91만명. 이 중 약 26만4,400명은 지난해 이미 차압기록이 크레딧 리포트에서 삭제됐고 올해 말까지 약 64만5,600명의 차압기록이 없어질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차압 위기의 검은 그림자가 마침내 사라지기 시작했다”며 “주택시장 회복에 긍정적인 요인이며 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메랑 바이어 중 상당수의 크레딧 점수는 이미 대출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10월~2008년 10월 주택을 차압당한 소유주 중 약 10만9,000명의 FICO 점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약 680점을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FICO 점수가 620~660점이면 모기지 대출 승인을 받는데 큰 문제가 없다. 주택차압 기록이 7년이 지난 주택 소유주가 지난해부터 늘면서 크레딧 점수도 일시에 상승하고 있고 앞으로 크레딧 점수가 상승하는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중소 은행, 부메랑 구입자 대상 대출 활발
지난해부터 차압기록이 삭제되고 크레딧 점수가 회복된 잠재 대출자가 증가한 것은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차압 후 주택재구입에 필요한 모기지 대출을 받는 일은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남아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JP 모건 체이스 등 대형은행은 모기지 대출업무 비중을 큰 폭으로 감소하는가 하면 여전히 최우량 신용자들을 대상으로만 모기지 대출을 선별적으로 발급하고 있다.
대형 은행들 가운데 웰스파고와 선 트러스트 등 일부 은행이 최근 모기지 대출기준을 낮추겠다고 발표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대형은행들은 부실차압과 관련,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받으면서 모기지 대출시장에서 극도로 조심스러운 대출관행을 보이고 있다.
그 사이 중·소규모 은행들은 신용도가 다소 떨어지는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모기지 대출업무를 실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 수익감소 은행권 대출기준 완화 불가피
차압 후 주택 재구입에 나서는 구입자들은 그동안 ‘연방주택국’ (FHA)이 보증하는 FHA융자를 통한 주택 구입을 유일한 수단으로 삼았다. FHA 융자의 경우 이르면 주택 차압 1년뒤부터 융자자격을 부여한다.
그렇다고 해서 FHA 융자를 통해 주택 재구입도 만만치만은 않았다. JP 모건 체이스 등 대형은행들이 FHA 융자 부실발급에 따른 벌금을 우려해 FHA 융자 발급규모를 대폭 감소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대형 은행들이 주택 차압후 재구입에 나서는 구입자들을 상대로 한 모기지 대출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모기지 대출업무 축소, 모기지 대출신청 감소 등으로 대출 수익이 대폭 감소한 은행이 증가했다.
‘모기지은행업협회’ (MBA)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구입 대출 발급액은 전년보다 약 13%나 급감, 전체 발급규모는 약 6,380억달러에 머물렀다.
지난해 모기지 이자율이 한 차례 급등하면서 모기지 신청건수가 급감했고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 구입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