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배수빈 ㅣ무서운 중국
2015-04-23 (목) 12:00:00
해외 출장을 가서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짐이 도착하고 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 중의 하나가 옷을 갈아입으면서 티브이를 트는 것이다. 객지에서 긴 비행여행 끝에 아무도 없는 방에 들어서면 왠지 외로움이 스물거려서 그나마 영어로 세상 이야길해주는 CNN을 틀어놓고는 멍하니 심신을 쉬곤 한다. 말레이지아의 페낭에 도착해서도 CNN을 찾아 채널을 돌리는 와중에 세계 어디에나 있다고 믿었던 CNN채널을 발견할 수가 없었고 중국채널 CCTV가 24시간 뉴스를 내보내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 포맷이나 스케일이 CNN에 비견되기에 손색이 없었기에 나는 페낭에 머무는 내내 CCTV뉴스로 세상을 접하며 수준급의 영어권 상대의 24시간 중국뉴스채널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집어든 신문에서는 중국 나인봇이라는 스타트업이 미국의 세그웨이를 합병한 기사가 나왔다. 몇달 전 나인봇이 불법카피를 했다고 특허권 침허소송을 제기했던 미국의 아이콘적인 회사 세그웨이가 짝퉁 애플로 유명한 샤오미의 자본력을 등에 업은 나인봇에 오히려 팔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중국정부의 주도로 설립된 아시안 인프라스트럭쳐 투자은행(AIIB)의 창립멤버 지원 마감일에 7개국이 추가로 지원, 인준을 받았다는 기사가 실려있었다. 북한과 대만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원국을 받아들여, 미국 주도의 월드뱅크나 일본 주도의 아시아 개발은행 (ADB)에 비견하는57개국이 가입한 중국 주도의 세계 금융조약을 설립한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끊임없는 로비에도 불구하고 5개중 4개의 UN상임이사국과 유럽연합의 반, 그리고 OECD국가의 2/3이상이 조인을 하였다니 중국의 국제사회 위상을 한눈에 알 수가 있다.
가격경쟁력으로만 시장점유를 하던 어제의 세계공장 중국은 변하고 있다. 그들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그웨이 같은 하이텍 기술력 발전에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고 각종 첨단 기술력을 국산화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당근을 주며 투자를 유치하고는 빠른 속도로 상황을 역전시킨다. 그리고는 경제력에 바탕을 둔 정치력으로 국제문제에 입김을 넣고 있다. 이제는 CCTV뉴스채널에서 보여지듯 문화적 성장까지 더해지고 있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다인종이 모여사는 말레이지아지만 페낭 오피스 압도적 다수는 중국인들이었다. 중국은 무섭게 변하고 있다.